5장. 우크웨레, 우카미, 우도에를 거쳐 우세구흐하로 (3)
하마 사냥
강 건너 덤불 숲 은신처에서 용케 우리를 알아본 카누 뱃사공 킹웨레Kingwere는 우리가 부르니 정중히 대답하고, 솜씨 좋게 소용돌이를 피해 속을 파낸 커다란 통나무를 우리가 있는 곳으로 가져왔다. 한 무리가 짐을 싣고 카누에 오르는 동안 다른 무리는 동물들을 건너편 강변으로 끌고 갈 긴 밧줄을 목에 동여매어 강 건널 준비를 했다. 일이 제대로 시작된 것을 확인하고, 나는 내 12호 활강총(No. 12 smooth-bore)을 들고 하마들의 거대한 두개골에 후추 뿌리듯 총탄이나 퍼부으며 사냥을 즐겨보려 못쓰게 된 카누에 앉았다. 우리의 콘스탄티노플 대사이신 에드워드 조이 모리스Edward Joy Morris님께서 선물로 준 44구경 윈체스터 라이플은 그들을 살짝 건드리는 정도밖에는 안 됐다. 어린애가 고무줄 새총으로 새를 잡는 격이었다. 하지만 사격의 정확도는 완벽했다. 연속해서 열 번이나 두 귀 사이의 머리 꼭대기를 맞췄다. 현자의 풍모를 풍기는 늙은 녀석이 오른쪽 귀 가까이에 이 총탄 한 방을 맞았다. 총에 맞았을 때 다른 놈들은 물속으로 들어가는 것과 달리 이 녀석은 마치 ‘왜 소중한 총알을 우리에게 이런 식으로 낭비하니?’라고 묻는 듯 대담하게 고개를 돌렸다. 녀석의 근엄하고 조용한 물음에 대한 답으로 1과 1/4 온스 총알을 활강총으로 퍼부었더니 고통으로 울부짖고 가라앉았다 곧 다시 떠올라 죽음의 고통에 몸부림쳤다. 녀석의 신음이 너무 처량해서 나는 쓸데없는 살상을 멈추고 수륙 양생 무리를 평화롭게 남겨 두었다.
나루터에서 기다리는 몇 분 동안에 아프리카 물가에 사는 이 거친 녀석들에 대해서 조금 알게 되었다. 낯선 소리라도 거슬리지 않으면 모래톱 주변 얕은 물에서 상체를 반쯤 물 밖으로 내밀어 따뜻한 햇볕을 쬐며 모여있다. 그렇게 졸린 듯 쉬고 있는 모습을 언뜻 보면 거대한 돼지들이 우글거리는 것 같다. 침입자의 소리에 놀라면 누런 물거품을 일으키며 서둘러 물속으로 몸을 던지고 물속에서 사방으로 흩어졌다가, 이내 몇 녀석들이 머리를 내밀고 코로 물을 내뿜으며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주위를 조심스럽게 살핀다. 이때는 귀, 이마, 눈, 콧구멍 밖에 안 보이고 곧 서둘러 다시 잠수하기 때문에, 그녀들을 맞추려면 안정된 손목과 빠른 손이 필요하다. 나는 하마가 물에 떠 있는 모습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몇 번 들어본 적 있다. 내가 하마를 직접 보기 전이었는데, 어떤 아랍인은 강에 떠내려온 통나무 떼 같다고 했고, 어딘가에서 돼지를 본 적이 있는 사람은 돼지 같다고 했다. 그러나 내 눈에 그들은 말과 좀더 닮아 보인다. 수영할 때 하마 목의 곡선과 뾰족하게 선 귀, 두 눈 사이의 넓은 미간과 벌름거리는 코를 보면 말과 훨씬 더 비슷하다.
밤에 하마들은 땅 위로 올라와 시골 지역에서 수 마일을 돌아다니며 무성하게 자란 풀을 포식한다. 킨가니 강은 바가모요에서 8마일이나 떨어져 있는데 마을에서 채 4마일도 벗어나지 않아 하마가 지나간 넓은 흔적이 눈에 띈다. 사람 목소리가 그들을 방해하지 않으면 하마들은 원주민이 재배하는 무성한 옥수수밭을 급습한다. 하마 열댓 마리면 몇 분 안에 큰 옥수수밭을 기가 막히게 엉망진창으로 만들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나루터에서 기다리며, 영국에서 볼이 발그레한, 농부의 아들이 어린 밀밭에서 까마귀를 쫓는 것 같은 옥수수밭 주인의 고함을 듣고 놀라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카라반은 안전하게 강을 건넜다. 화물도 당나귀도 사람도 모두 무사했다. 나는 영양 사냥을 즐기며 고기를 확보해서 염소도 아껴볼 겸 강 주변에서 캠핑하려고 생각했었다. 식량용 가축으로 염소가 여러 마리 있었다. 그러나 내 대원들이 하마에 대해 가지고 있는 경외심과 두려움 덕분에 서둘러 바가모요에 있는 발루치Baluch 수비대의 전초기지로 가야 했다. 그곳은 강에서 4마일이나 떨어진 키코카Kikoka라고 불리는 작은 마을이었다.
사냥터를 처음 보다
강 서쪽은 동쪽보다 훨씬 좋았다. 탁 트인 평원은 부드럽고 둥근 산등성이에 이르기까지 1마일가량 피서지 해변처럼 서서히 높아졌고, 반대쪽에서 우리를 곤란하게 했던 장애물이 하나도 없었다. 대재앙 같은 검은 진흙 수렁과 키를 넘게 자란 풀숲도 없었고 말라리아의 원인이 되는 유해한 습지도 없었다. 영국 대저택 앞에서 볼 수 있는 풍경 같았다. 위엄 있게 펼쳐진 공터와 잔디밭 풍경에 기분 좋은 변화를 줄 만큼의 덤불 숲이 있었다. 탁 트인 평원을 가로지르자 길은 어린 흑단 나무숲으로 이어졌고, 숲에서 호로새 무리와 하테비스트 한 마리가 있었다. 염소들이 다니는 길 특유의 기이한 곡선 길이 짙은 초록 잎을 가진 망고나무들과 망고나무보다는 듬성듬성하고 밝은 잎을 가진 거대한 호리병박나무들이 서 있는 등성이의 굴곡에 따라 오르막과 내리막을 이루며 구불구불 이어졌다. 저지대들은 비교적 빽빽한 밀림지대였다. 한편 한낮에도 작은 숲을 이룬, 하늘 높이 솟은 나무들 때문에 그늘져있는 공터가 여기저기 있었다. 우리가 가까이 가자 초록 비둘기, 어치, 따오기, 멧비둘기, 금계, 메추라기, 쇠물닭 등이 놀라서 까마귀, 매와 함께 떼 지어 날아올랐다. 한편 펠리컨이 이따금 홀로 멀리 날아갔다.
영양 한 쌍과 호주 캥거루처럼 뛰어 도망가는 원숭이들이 없었다면 한껏 기대에 부풀지 않았을 것이다. 원숭이들은 크기가 제법 컸고 둥근 총알 모양의 머리와 흰 가슴, 끝이 장식술처럼 생긴 긴 꼬리를 가지고 있었다.
우리는 오후 5시경 키코카에 도착했다. 네 번이나 당나귀 짐을 싣고 내리며 깊은 물웅덩이, 진흙투성이 수로, 강 등을 건너서 11마일을 이동했다.
키코카 마을에는 밀짚으로 만든 오두막들이 모여있었는데, 어떤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것들은 아니었다. 음리마Mrima와 잔지바르에서 온 게으른 정착민들이 처마와 내부에 햇빛을 최대한 덜 들게 하려고 여러 양식을 뒤섞어 오두막을 지었다. 수로와 우물 몇 개가 그들에게 물을 공급했다. 민물이기는 하지만 빗물에 씻겨 들어가 썩은 부패물이 많아서 건강에 좋지 않을 것 같아 마시고 싶지 않았다. 경작지를 마련하기 위해 주변을 정리하려 했던 노력의 흔적이 조금 있었다. 그러나 정착민들은 나무를 베어내고 밀림을 정리하는 고된 작업보다 풀을 베어내고 땅을 2~3인치 갈아 수확을 보장할 씨를 뿌릴 수 있는 빈터를 활용하는 것을 선호했다.
다음 날은 키코카에서 머물렀다. 니암웨지족Wanyamwezi으로만 구성된 네 번째 카라반은 분통 터지게도 빠른 전진에 방해만 됐다. 이 카라반 대장 마간가Maganga는 이미 다른 세 명의 대장이 받은 것을 다 합한 것보다 더 많이 받고도 천과 선물을 더 받아내려고 몇 가지 수작을 부렸지만 별 소득이 없었다. 길을 확실히 찾도록 우니아니엠베까지 서둘러 가준다면 보상을 해주겠다는 약속 이상은 받아내지 못했다.
27일(아마도)에 니암웨지족이 먼저 행군을 시작했고, 우리는 7시 지나 바로 캠프를 철수하고 행군을 시작했다. 대저택 주위의 거대한 정원 같았던 킨가니와 키코카 사이에 전원 풍경과 비슷한, 매혹적인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졌다.
나는 기회가 있으면 고기를 확보하려고 말을 타고 앞서갔다. 그러나 사슴 은신처가 될만한 숲이나 사슴의 그림자도 보지 못했다. 심지어 땅은 우리 앞(서쪽)으로 너울거리는 파도처럼 펼쳐져 있었다. 나란히 융기하고 침강한 모양이 마치 일구어 놓은 밭을 크게 확대해 놓은 것 같았다. 각 등성이는 우리가 다음에 멈출 장소인 로사코Rosako 근처에 도착할 때까지 밀림지대이거나 잎이 우거진 나무들이 가지런히 서 있는 모양이었다. 단조로운 땅의 물결이 울창한 정글로 덮인 독립적인 언덕들로 변했다. 이들 중 한 언덕 위에 뚫고 들어갈 수 없는 가시투성이 아카시아 밀림에 둘러싸인 로사코가 자리 잡고 있었다. 천연 요새였고, 근처 북쪽에 있는 다른 마을도 비슷한 방법으로 마을을 지켰다. 이 두 마을 사이에 매우 비옥하고 풍성한 수확을 내는 골짜기가 있었다. 중간에 골짜기를 양분하는 작은 강이 흘렀고, 강은 골짜기와 주변의 낮은 언덕들의 배수로 역할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