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2018

리빙스턴 박사를 찾아서: 02: 잔지바르에서 2



잔지바르는 바그다드이고 이스파한Ispahan이며 스탐불Stamboul이다. 물론 동아프리카의 분위기도 있다. 이곳은 아프리카 내륙에서 활동하는 상아 무역상을 끌어들이는 거대한 시장이다. gum-copal [코펄 나무 수지, 육안으로 보기에 오팔과 매우 유사함], 짐승의 가죽, 남보라색 염료 재료인 오칠라 풀orchilla weed, 목재, 흑인 노예 등이 아프리카 대륙에서 이 시장으로 들어온다. 바그다드에 엄청난 규모의 실크 시장이 있었다면, 지금 잔지바르에는 상아 시장이 있다. 바드다드가 한때 보석을 사고팔았다면, 잔지바르는 gum-copal을 사고판다. 스탐불이 체르케스Circassia와 조지아Georgia에서 노예를 들여왔다면 잔지바르는 우히요우Uhiyow, 우긴도Ugindo, 우고고Ugogo, 우니암웨지Unyamwezi, Galla [현재 에디오피아에 해당하는, oromo 족이 살던 지역으로 추정. 현재는 경멸적 이름이라 사용되지 않는다고...] 등 중앙아프리카 일대에서 검은 피부의 최상급 노예를 들여온다. ['u-'로 시작하는 지명은 'u' 뒤에 나오는 부족의 거주지역을 의미. ugogo는 gogo족이 사는 지역.]

이곳에서는 장사를 이슬람 국가들에서 하는 방식으로 한다. 사실 모세가 태어나기 오래 전에도 그런 방식은 유행하고 있었다. 아랍인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그들은 이 섬으로 이주할 때 선조들이 따르던 관습을 그대로 가져왔다. 이곳 아랍인은 무스카트나 바그다드에 있는 아랍인과 다를 바 없다. 그들은 어디로 이주하든 하렘, 신앙, 긴 가운, 셔츠, 슬리퍼, 단검 등을 함께 가져간다. 어쩌다 아프리카 한복판에 살게 돼 니그로들에게 온갖 조롱을 받는다 해도 그들은 절대 삶의 방식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아직 시골 지역은 동방 문명에 물들지 않았다. 아랍인이 아직 그곳 분위기까지는 바꾸지는 못했다. 그래서 시골은 반쯤 아프리카 같지만, 도시는 반쯤은 아랍 같다.

아프리카에 처음 온 사람에게 잔지바르에 있는 무스카트 출신 아랍인은 연구대상이다. 감탄할 수밖에 없는 그들 특유의 열정이 있다. 대부분은 정착하지 않은 무역상이다. 귀한 상아를 찾아 중앙아프리카 깊숙이 들어갔었기 때문에 그들 중 위험한 고비를 여러 번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 그들의 표정에는 오해의 여지 없이 확실하게 다양한 경험이 주는 자신감과 여유가 있다. 침착하고, 단호하고, 도전적이고, 독립적인 분위기가 있다. 이런 분위기는 의도하지 않아도 사람들에게 존경심을 끌어낸다. 나는 종종 이들 몇 명의 이야기만으로도 짜릿한 모험기 여러 권을 가득 채울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half-caste [혼혈인이라는 뜻; 매우 모욕적 표현, 금기어]. 나는 그들을 몹시 경멸한다. 그들은 흑인도 백인도 아니고, 좋지도 나쁘지도 않고, 칭송할 것도 증오할 것도 없다. 그들은 언제든지 어떤 모습으로든 변신이 가능하다. 명망 있는 아랍인에게는 항상 온갖 비위를 맞추지만, 운 없이 그들 밑에서 일하게 된 사람에게는 늘 한없이 모질다. 딱하게 굶어 죽어가는 니그로가 있다면 백발백중 혼혈인의 노예일 것이라고 나는 항상 확신했다. 굽실거리고 위선적이고 비겁하고 천하고 기만적이고 교활하고, 나는 늘 그들의 그런 모습을 봐왔다. 항상 부유한 아랍인에게 몸을 굽히며 숭배할 준비가 되어있지만 불쌍한 흑인 노예에게는 인정사정없이 가혹하다. 그들이 뭔가를 맹세한다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확신해도 된다. 그런데 잔지바르에서 가장 빠르게 늘어나는 무리가 바로 half-caste다.

반얀은 타고난 장사꾼이다. 교활한 돈벌이에 있어서는 본보기가 될 만하다. 물이 가파른 경사를 따라 흐르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럽게 돈이 그들의 주머니로 흐른다. 양심의 가책 따위로는 그들이 친구나 동료를 속이는 것을 막지 못할 것이다. 그들은 유대인을 능가한다. 시장에서 그들의 적수가 될 만한 상대는 파시 교도Parsee밖에 없다. 아랍인들도 그들에 비하면 젖먹이에 불과하다. 그들이 원주민에게 눈곱만큼의 이익이라도 더 챙기려 혼신의 노력을 다하는 장면은 돈을 내고도 볼 만하다. 원주민이 상아를 팔러 반얀 사람의 가게에 와서 무게가 2 frasilah[무게 단위; 1 frasilah는 35파운드(16kg). 19세기 잔지바르와 동아프리카에서 아랍 상인들이 상아 무역 시 주로 사용]가 넘는다고 하면, 반얀 상인은 무게를 달지 않을 것이다. 다짜고짜 원주민을 아무것도 모른다고 무시하고, 저울이 고장 났다고 단호하게 맹세하며 주장할 것이다. 그러다 마지못해 아까워도 상아 값을 줄 용기를 낼 것이다. 당연히 1 frasilah 값도 되지 않는 터무니없는 헐값일 것이다. 돈을 주며 “그만하고 이리 와서 이 돈을 받고 가.”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뭐가 맘에 안 들어?”라며 원주민에게 따져 물을 것이고 원주민이 머뭇거리기라도 하면 그는 화를 내며 고래고래 악을 쓸 것이다. 원주민을 밀치고 무시하는 말을 내뱉으며 상아에 관심이 없는 듯 가져가라며 상아를 내던질 것이다. 반얀 상인은 결코 쓸데 없이 그런 소동을 벌이지는 않는다. 비록 놀란 원주민에게 “일어나서 나가!”라고 말은 할 테지만, 그는 절대 그 상아를 가게 밖으로 내보낼 생각이 없을 것이다.

반얀 상인은 중앙아프리카에서 벌어지는 교역에 다른 어떤 부류보다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극소수의 부유한 아랍인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무역상은 형벌 같은 고리대금 이자를 피할 수 없다. 노예를 구하든, 상아를 구하든, 아니면 코팔 수지나 오칠라 풀 등을 구하든, 아프리카 내륙으로 들어가려는 상인은 반얀 상인에게 50에서 70%의 이율로 5,000달러를 미리 빌린다. 반얀 상인에게는 충분히 안전한 투자다. 그들은 무역상의 성공 여부를 크게 염려할 필요가 없다. 경험 있는 무역상은 실패하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설령 실패해도 상인의 잘못이 아니라 운이 없어서라면 신용을 잃지 않는면 다시 반얀의 도움을 받아 쉽게 성공한다.

내륙과 무역하는 방식은 다음과 같다. 일례로 아랍 무역상이 5,000달러어치의 물건을 실은 카라반을 이끌고 내륙으로 간다고 해보자. 우니아니엠베Unyanyembe에서 그 물건의 가치는 1만 달러가 된다. 우지지Ujiji에서는 1만5,000달러가 되어 가치가 세 배가 된다. 우지지Ujiji 시장에서 천 5 doti [천의 단위; 1 doti는 4야드에 해당] 가격인 7.50달러를 주고 산 노예가 잔지바르에서 30달러에 팔린다. 내륙에서 6달러면 살 수 있는 평범한 남자 노예를 해안가에서는 25달러에 팔 수 있다. 만일 상인이 5,000달러에서 우지지로 오고 가는 비용 1,500달러를 뺀 3,500달러로 두당 7.50달러에 최대 464명의 노예를 산다면 잔지바르에서 1만3,920달러가 되는 것이다. 상아 무역을 예로 들어 상인이 5,000달러를 밑천 삼아 천과 구슬을 사서 우지지로 간다고 해보자. Ujiji와 잔지바르를 왕복에 드는 1,500달러어치를 제하면 역시 3,500달러어치 천과 구슬이 남는다. 상인은 남은 것으로 상아를 산다. 우지지Ujiji에서 상아는 1 frasilah 당 20달러에 살 수 있다. 3,500달러면 상아 175 frasilah를 살 수 있다. 게다가 상급 상아라면 잔지바르에서 1 frasilah 당 60달러는 받을 수 있다. 그리하여 상인은 3,500달러를 10,500달러로 만든다. 실제 아랍 무역상의 실적은 대개 이보다 더 좋다. 그들은 대부분 엄청난 마진으로 이익을 올리고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