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레알레 대성당 지붕 테라스에서 본 회랑]
박물관 1층이 성당 남쪽과 접한 회랑으로 이어진다. 이 회랑은 윌리엄 2세가 이곳에 성당을 짓고 자동적으로 주교좌로 만들기 위해 클루니의 베네딕트 수도회에게 관리를 맡긴 데서 기원했다. 보통은 교황이 주교를 임명하지만, 시칠리아 왕들에게는 교황 대리권이 있어서 대교구를 지정하고 대주교를 임명할 수 있었다.
한 면에 아치가 몇 개나 이어져 있는지 모르겠지만 (전체 기둥은 228쌍이란다) 현무암으로 장식된 아랍 스타일 아치가 엄청 많이 쭉 이어져있고 쌍을 이룬 가느다란 기둥이 아치를 받치고 있다. 지난번에는 테라스에서 내려다 보기만 했었다. 이 기둥들의 조각된 머리를 너무 보고 싶었었다. 직접, 자세히... 기둥 머리에 꼬물꼬물 사람이나 동물, 식물, 괴물 등이 다양한 모습으로 조각된 기둥은 산티아고 길을 걸으며 처음 봤었다. 로마네스크 스타일 기둥이라고 했다. 로마네스크 양식이 산티아고 순례길이 형성될 당시 유행하던 건축 스타일이라서 이런 기둥이 많았다. 왠지 모르겠지만 이 기둥들이 너무 좋았다. 추상적 디자인도 있고, 스토리가 담긴 장면도 있고, 조형미가 있는 것도 있고 서툰 장인의 솜씨로 보이는 것도 있고, 공간과 형태의 제약이 있어서 그런지, 조각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형태가 만화에 등장하는 것 처럼 자유롭게 왜곡됐다고 할까... 그런데 그 모습이 좋다. 투박하고 익살스럽기도 하고.. 세월이 기여(?)한 모습도 좋고... 기둥머리 조각들이 뭔가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무슨 말인지 알아 들을 수가 없다. 그래도 좋다, 가사를 몰라도 좋은 노래처럼... 이곳 기둥은 너무 많아 내게 주어진 시간 내에 일일이 다 볼 수는 없다. 다행히 좀 더 의미 있는 조각이 있는 기둥 아래에 번호가 붙어있어 과부하를 막을 수 있다.
기둥들은 회랑을 지으며 새로 만든 것은 아니란다. [성당의 기둥도 로마시대의 신전 또는 신전 들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로마시대 건축물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단다. 나폴리 근처 바이아baia라는 도시가 화산 활동으로 물속에 가라앉았는데, 그 유물을 인양한 것을 베네딕트 수도회 수도사들이 이곳으로 가져왔단다. 그리하여 지금 이곳에 서있는 것들은 한 저택의 기둥이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실제로 조개류 등이 박힌 기둥이 있다는데, 보지는 못했다. 기둥에 모자이크 박고, 조각하고 해서 아랍-노르만 스타일로 리폼한 모습과 기둥 머리 조각에 팔려서...
[몬레알레 대성당. 회랑. 성당에 들어가기 전에 손을 씻는 세정식을 했다는 분수]
같은 모양의 기둥 머리는 없다. 기둥머리 조각뿐 아니라 기둥에도 다양하게 변화를 주었다. 꼬인 것, 모자이크가 있는 것, 줄무늬가 있는 것, 조각이 돼있는 것 등등... 회랑을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매우 통일감이 있지만 디테일은 지독히도 다르다. 대칭적이지 않고 동일한 것을 반복하지 않는 건축물을 처음 보는 것은 아니지만, 옛 것을 재활용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다 하더라도 참 다양하다. 전지자의 시점에 비친 인간 세상이 혹시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가까이 보면 요지경 속 같아도 거리를 두고 보면 거스를 수 없는 엄연한 질서가 있는... 그런 사상을 표현하고자 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떠나기 싫은 곳이다.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1시 15분 버스로 팔레르모로 돌아가겠다며 이곳에 있을 수 있는 시간을 계산하고 수시로 시계를 보며 회랑을 돌아봤다. 시간이 속절없이 흐르는 것이 안타까울 뿐... 못 보고 갔으면 두고두고 아쉬울 뻔했다.
[몬레알레 성당을 산타 마리아에게 바치는 모습]
이제 서점 들려 책과 냉장고 자석 사고 성당 마저 보고 가면 되겠다 싶어 성당 입구로 가니 문을 닫았단다. 왜 나는 교회가 1시 반에 문들 닫는다고 생각했을까... 책이었을까 하고 책을 보니 책 정보도 틀리긴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1시 반이라고는 안 했다. 몬레알레와는 뭐가 잘 안 맞나 하는 생각이 든다. 뭔가를 대충 하기는 해도 웬만하면 낭패 없이 꾸려가는데, 이곳은 뭔가 다르다. 내 fuzzy함(?)을 허용하지 않는다.^^ 교회는 지난 번에 봤으니, 확 그냥 가버릴까 싶기도 한데 그러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기도 하고... 마음이 갈팡질팡한다. 어디서든 점심을 먹어야 하니 일단 여기에서 밥을 먹으며 생각해보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