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3/2020

시칠리아 여행: 22: 카타니아: 어시장 Pescheria di Catania



[카타니아 두오모 광장 남쪽 면 키에리치 궁 오른쪽에 있는 아메나노 분수]


성당이 있는 두오모 광장의 남쪽 면 오른쪽 끝에 아메나노 분수fontana dell’amenano가 있고, 분수 뒤쪽으로 카타니아의 유명한 어시장pescheria di catania이 있다. 

분수 뒤로 가니, 순식간에 다른 세상이 열린다. 길은 상점들 앞으로 테라스처럼 이어져 있고, 테라스 같은 길에서 어시장을 내려다볼 수 있다.




상인과 구경꾼과 장보러 나온 사람들이 뒤섞인 인파 사이로 온갖 생선과 거대한 칼로 생선을 토막 내는 광경, 해체되어 팔려나간 생선의 잔해가 보이고, 백색 소음을 뚫고 울려 퍼지는 호객 소리가 들린다. 삶과 당당히 정면승부를 보고 있는 사람들의 기가 느껴진다. 부럽지만 가져본 적 없고 가질 수도 없는 어떤 것... 바닥 군데군데 버려진 생선 내장과 흥건한 핏물... 이승에서 저승을 보는 느낌이 이럴까 싶다. 생선 매대 사이를 헤집고 다니는 관광객도 있지만, 나는 내려가서 생선을 가까이 자세히 들여다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 핏물이 튈 염려도 있지만 핏물을 신발 바닥에 묻히는 것조차 꺼림칙해서... 안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성격임을...




근처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생선튀김 가게scirocco sicilian fish lab가 있다. 용기를 내서 인파를 헤치고 주문하고 테이블을 잡았다. 한 커플이 옆 테이블에 자리를 잡으며 인사를 건넨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온 로리 부부. 런던과 몰타에서 이미 일주일씩 보냈고, 시칠리아에서 일주일 보내고 베네치아에서 일주일 보내고 돌아갈 것이라고 한다. 시칠리아에는 첫 여행이고 일주일 밖에 여행하지 않는다 하길래 다시 오겠냐고 물으니 단호하게 오지 않을 것이란다. 아직 못 가본 곳이 많으니 새로운 곳에 가겠단다. 순간 흠칫했다. 엊그제 했던 생각을 환기시키는 메신저일까? 인생에 going back은 없다. 무조건 going forward다. 

로리는 주변 모든 사람에게 인사를 건네고 어디서 왔느냐 묻는 중이다. 뒤 테이블에 스페인 사람들이 있다며 스페인 사람과 인사하고 싶다고 한참 이야기를 나눈다. 저렇게 붙임성 좋은 미국 사람은 처음 보지 싶다. 내게도 온갖 질문을 하더니 남편이 오자 나와 주고 받은 말을 빼먹지 않고 잘 요약해서 전달한다. 그래서 아주 요약을 잘한다 칭찬하니, 남편도 알아야 한단다. 사소한 것도 공유하는 아름다운 부부...  어떤 어린 동양 애가 내 앞에 앉으며 로리에게 앉아도 되냐고 묻는다. 내 테이블의 빈 자리에 대해 옆 테이블에 허락을 구하는 이 아이는 뭐지 싶지만, 그만큼 로리가 풍기는 호스트의 기운을 그 아이도 느꼈을 것 같다.^^ 누군가의 밝은 분위기에 묻어가기... 좋아한다.^^ 그 아이에게 출신을 물으니 뉴질랜드에서 왔는데 부모님과 크루즈 여행 중이고, 배가 카타니아 항에 잠시 정박해서 혼자 이곳으로 달려 왔단다.





잘려 전시된 황새치의 머리, 털만 뽑힌 채로 허공에 매달려 있는 닭, 주렁주렁 걸려 있는 허벅지와 가지런히 모은 두 다리 등등 어떤 존재의 온갖 부위와 기관들... 전설 속 이야기처럼 저 닭이 눈을 뜨고 털 뽑힌 날개를 펄럭이며 푸드덕거린다면? 으악... 

식물이 착하고 예쁘다. 보라색 콜리플라우어, 가시 없는 카르초피, 소의 심장을 닮았다는, 그래서 이름도 '소의 심장'인 토마토, 주렁주렁 엮어 매달아 놓은 고추, 다리통만한 가지, 샛노란 멜론, 짙은 보라색 무화과, 요즘은 보기 드물어진 옛 쪽파... 시장 골목 위에도 색색깔 우산이 촘촘히 걸려있다. 예쁘기도 하고 차양의 역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