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텔몰라는 타오르미나 북쪽 바위산 꼭대기(529미터)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산 안토니오 광장piazza saint antonio이 있고, 비잔틴 시대 성castello di mola의 유적이 있다. 광장 테라스에서 해안선과 바다 풍경을 즐길 수 있고, 성에 오르면 바다와 주변 언덕들과 에트나 화산의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카스텔몰라. 산 안토니오 광장]
버스가 산 안토니오 광장piazza sant'antonio에 내려준다. 카스텔몰라에 오는 이유는 아마도 광장 테라스에서 보이는 풍경일 거다. 해안선, 바다, 에트나 화산, 주변 돌산. 사전적 정의에 의하면 지금 위치는 첩첩산중의 한 봉우리 위다. 그런데 산에 나무가 없으니 첩첩산중이란 표현이 주는 오지의 느낌이 없다. 누군가 공중에서 공깃돌 던지듯이 확 뿌려놓은 것은 집들이 산 위에 완전히 노출되어 있다. 이 동네 사람들은 은둔의 삶을 위해 산속으로 들어간다는 표현을 이해하지 못할 것 같다. 어쩌면 각자 자기만의 사전이 있는 게 아닐까? 어휘마다 원래 의미에 각각의 고유한 인식을 더한... 그리고 각자의 사전적 의미로 어휘를 사용하며 표준적 언어생활을 한다고 착각하고...
오늘도 뿌연 하늘이 아쉽다.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사소한 이유로 움직이거나 움직이지 않는 변덕스러운 것인지 느낀다. 뿌연 하늘이 마음을 움직이는 장치에 락을 걸었는지 별 감흥이 없다. 투명한 하늘과 선명한 풍경이 보고 싶다. 선글라스를 쓰면 잃게 되는 색감 때문에 아무리 자외선이 눈에 해롭다 해도 평생 선글라스도 안 쓰는데, 그런 내게 내내 이런 하늘을 보여주다니...
배가 고픈데 광장에서 제일 목 좋은 곳을 차지한 카페antico caffè san giorgio는 사람들이 북적거려 들어가고 싶지가 않다. 다른 쪽을 보니 분식집 분위기의 작은 바가 보인다. 그곳으로 가서 아란치노와 커피 그라니따를 시켰다. 오늘도 브리오쉬는 안 당긴다. 바 주인은 천성이 밝고 친절한 사람이 같다. 명랑하기가 그지 없다. 커피 그라니따에 맛 들릴 것 같다. 설탕 듬뿍 넣은 진한 아메리카노 슬러시. 시금치와 모짜렐라를 넣은 아란치노. 채소를 먹어야 한다는 강박에 선택하는 메뉴인데, 맛도 있다. 먹고 성에 올라갔다 타오르미나까기 걸어 내려갈 예정인데, 좋은 생각인지 모르겠다.
볼만한 유적이 남아있는 성은 아니다. 높으니 시야가 트였다는 의미 정도... 높이가 높아졌다고 시야가 더 맑아지지는 않는다. 단지 더 넓어졌을 뿐. 시칠리아의 하늘이 이렇게 뿌옇다는 말은 어디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청정 자연 그대로일 것이라는 근거 없는 막연한 생각도 시칠리아를 너무 낭만적으로만 바라봤던 것에서 비롯된 오해였을까... 에트나가 항상 연기를 뿜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이 지역 하늘 전체를 뿌옇게 할 정도는 아닐 것 같은데... 설마 산업시설에서 뿜는 공해로 생긴 스모그는 아니겠지... 아무튼 이유가 너무 궁금하다. [지금도 궁금하다. 그런데 누구에게든 물어봤으면 될 일을 왜 묻지 않았을까?]
[카스텔몰라에서 본 타오르미나. 가운데 있는 섬이 이졸라 벨라. 이졸라 벨라 오른쪽 언덕 꼭대기에 있는 그리스 극장이 희미하게 보인다]
왁자지껄한 소리가 난다. 일군의 중국인이다. 어디나 누가 봐도 포토 스팟이 있다. 모두가 사진 찍고 싶어하는 곳이니까 적당히 눈치껏 행동한다. 그런데 그들은 그 자리를 전세 낸 듯 하고 있다. 찍고 또 찍고 온갖 포즈로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뭐가 그렇게 신이 나는 건지, 포즈를 잡을 때마다 악을 쓰며 박장대소다. 즐거워도 저런 소리를 내는구나... ㅠㅠ 같은 무리로 오해받을까 봐 그들을 피해 빙 돌아 서둘러 성을 내려왔다. 즐거움은 전염된다 하던데, 항상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늘 웃는 나를 타박하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뭐가 그렇게 좋아? 그들과 어떤 카테고리든 한 카테고리로 묶이고 싶지 않다. 공자님, 맹자님은 저들의 조상인데, 왜 나만 그들의 가르침을 명심하고 있는 건지...^^
이곳이 시칠리아에서 손꼽히는 관광지 중에서도 손꼽히는 곳이라 그런지 동양인이 꽤 있는데, 중국인 아닌 동양인을 못 봤다. 뭐, 다들 동양 사람은 중국인 아니면 일본인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리고 그렇게 오해 받는 일이 한두 번도 아니니까 그러려니 하는데 가끔은 기분이 상한다. 어제 움베르토 거리를 지나가는데 어떤 아줌마가 내가 지나가든 말든 일행의 사진을 찍고는 일행에게 내게도 다 들리는 큰 소리로 중국 사람과 함께 찍었다고 깔깔거리는데 기분이 확 상했다. 사람 많은 관광지에서 나를 의식하지 않고 사진을 찍은 것을 탓할 생각은 없다. 내 프레임 안에도 본의 아니게 수 많은 사람이 담긴다, 웬만하면 사람을 피해 찍으려 하지만 그렇게 된다. 그런데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낄낄거림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 불쾌했던 거다. 몇 걸음 지나치고 나니, 중국 아닌 한국인이고, 네가 다른 언어를 못 알아 듣는다고 해서 남들도 네 말을 못 알아듣는 건 아니니 입을 조심하라고 말했줬어야 했는데 하는 생각이 떠오르고 그게 더 기분 나쁘다. 그때 떠올랐어야지...
차별, 무시, 경시, 멸시, 조롱... 모두 하는 사람들의 잘못이다. 그런데 그런 놈들에게 좋은 먹잇감을 제공하는 사람들이 있다. 언제 어디서든 삼가함이 없는 인간들... 나쁜 놈들에게 빌미를 제공해서 그들의 차별 본능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양쪽 다 가까이 하고 싶지 않다.
[카스텔몰라 풍경]
[카스텔몰라. 바리의 산 니콜로 교회chiesa di san nicolò di b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