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니아 아씨시의 산 프란체스코 광장]
[카타니아 아씨시의 산 프란체스코 교회]
주요 거리 중 하나인 크로치페리 거리via crociferi를 향해 걸었다. 이 거리에는 온갖 교회가 있다. 일단 이 거리와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거리가 만나는 곳에 아씨시의 산 프란체스코 광장piazza san francesco d’assisi이 있고, 이 광장에 성인의 교회chiesa di san francesco d’assisi all’immacolata가 있고, 교회 맞은 편에는 빈첸조 벨리니가 태어나고 16세까지 살았다는 생가museo belliniano와 카타니아 출신 조각가 에밀리오 그레코의 박물관museo emilio greco이 있다. 교회는 문이 닫혀 있고 박물관은 공사 중이다.
[카타니아 산 베네데토의 아치와 교회]
광장에서 크로치페리 거리로 들어서 몇 걸음 걸으니 하룻밤 만에 만들었다는 전설이 있는 산 베네데또의 아치arco di san benedetto가 길을 가로질러 걸려있다. 왼쪽에 있는 대 수녀원monastero di san benedetto과 오른쪽에 있는 소 수녀원을 잇는 다리였었다고 한다. 오른쪽 건물은 지금 현대미술관museo arte contemporanea sicilia으로 사용된다. 아치 형태의 이 다리가 지금도 두 건물의 통로로 사용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베네치아의 탄식의 다리를 연상시킨다. 왼쪽에 수도원 교회chiesa di san benedetto도 닫혀있었다. 입구에 세워져 있는 안내판에 유네스코 문화유산이라는 것과 개방 시간이 쓰여있는데, 안내서 정보와 달리 화금토만 문을 연다. 교회 입구와 네이브nave 사이의 현관이 매우 아름답다고, 수녀들이 친지들과 이야기할 때 몸을 숨겼던 철망과 천정 프레스코화와 스투코 장식도 아름답다고 하던데, 이곳도 인연이 없나 보다.
[보르지아의 산 프란체스코 교회와 산 쥴리아노 교회]
산 베네데토 교회의 바로 북쪽 왼쪽에 보르지아 가문 출신 예수회 성인 산 프란체스코에게 봉헌된 교회chiesa di san francesco borgia는 문이 닫혔고, 그 위에 있는 시칠리아 예수회 건물 중에 가장 아름다운 건물이라는 예수회 수도원collegio dei gesuiti은 공사 중이다. 보르지아의 산프란체스코 교회 맞은편에 있는, 돔이 있을 자리에 성채처럼 생긴, 가분수 느낌의 팔각형 구조물loggia dome이 올려진 산 쥴리아노 교회chiesa di san giuliano도 문이 닫혔다. 교회와 마주 보는 길via gesuiti을 따라 가면 있는 로마 유적complesso archeologico terme della rotonda은 수요일 오전에만 개방한다고 한다.
길을 따라 북쪽으로 쭉 올라가면 스테지코로 광장piazza stesicoro이 있고, 광장 근처에 산타 아가타의 박해와 순교에 관련된 세 개의 교회가 있다: 포르나체 교회chiesa san biagio in sant'agata alla fornace, 카르체레 교회chiesa cattolica di sant'agata al carcere, 라 베테레 교회chiesa di sant'agata la vetere.
포르나체 교회chiesa san biagio in sant'agata alla fornace는 성녀가 숯불과 달궈진 기와 위에서 알몸으로 구르는 고문을 당했던 현장에 지은 교회다. 포르나체fornace는 화덕이라는 뜻.
카르체레 교회chiesa cattolica di sant'agata al carcere는 아가타가 박해를 받고 투옥됐던 지하 감옥 위에 16세기에 세워졌다고 한다. 카르체레carcere가 감옥이란 뜻. 전해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아가타가 고문 받은 날 밤에 성베드로가 고문으로 난 가슴 상처를 치유해주러 왔단다. 현재 교회의 로마네스크 양식 입구는 대지진으로 무너지기 전 카타니아 대성당의 입구였다. 대지진에서 기적적으로 온전히 살아남은 부분인데, 대성당을 바로크 양식으로 확장 재건하기로 함에 따라 이곳으로 옮겨 재활용하게 되었다고...
산타 아가타 라 베테레 교회chiesa di sant'agata la vetere는 산타 아가타의 유해가 처음 안치되었던 곳이고, 카타니아에서 처음으로 산타 아가타에게 봉헌된 교회다. 베테레vetere는 '오래된, 옛'이라는 뜻. 성녀의 순교 13년 후에 세워졌고, 380년부터 1094년까지 대성당으로 사용됐다고 한다. 1693년 대지진으로 무너진 대성당을 재건하는 동안에도 임시 대성당 역할을 했단다. 성녀가 최초로 안치된 석관이 보존되어 있단다.
[스테지코로 광장. 뒤로 포르나체 교회chiesa san biagio in sant'agata alla fornace가 보인다]
로마 원형극장과 산타 아가타 교회들, 벨리니의 조각상이 있는 스테지코로 광장piazza stesicoro으로 갔다. 가는 길에 규모가 크고 육중해 보이기는 하지만 심심해 보이는 교회chiesa di san michele ai minorit가 있었는데 닫혀 있다. 동서로 긴 광장 중앙에 남북으로 에트네아 거리via etnea가 지나고 오른쪽에는 벨리니의 조각상이 있고 왼쪽에 원형극장과 교회들이 있다. 에트네아 거리의 북쪽 끝으로 에트나 산이 보인다 하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머리 위 하늘은 짙푸르고 땡볕을 내려꽂아도 먼 하늘은 뿌옇다. 에트나 산 뷰조차 닫았다.^^
[스테지코로 광장의 빈첸조 벨리니 조각상]
스테지코로 광장 오른편 중앙에 조각이 있고 주변에 종려나무가 서있다. 벨리니는 높은 사각 기둥 받침대 위에 앉아있고, 기둥 네 면에 조각상이 서있는데 모두 벨리니의 오페라에 등장하는 인물들이라고 한다. 벨리니가 훌륭한 작곡가이기도 하겠지만 30대에 요절한 재능 있는 고향 출신 예술가를 아끼는 마음이 느껴진다.
[스테지코로 광장의 로마 원형 극장]
맞은 편 광장에 있는 원형극장은 개방하지 않는 듯, 출입문을 감은 쇠사슬은 녹이 슬었고, 자물쇠는 최근 몇 년간 열린 적 없어 보인다. 작은 열쇠쯤으로 열 수 있는 자물쇠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다른 안내서를 보니, 월요일은 원래 닫는 날이고, 다른 날에는 전화로 요청하면 보여준다고 한다. 그러니까 내 눈에 그렇게 보였을 뿐, 수시로 부드럽게 열리는 자물쇠라는 것이다. 문득, 때때로 괜한 사람들을 저렇게 보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그런데 유적이 도로면 보다 낮고, 유적을 에워싼 쇠창살 너머로 안을 내려다 볼 수 있어, 미로 같은 지하 터널은 볼 수 없어도 좌석을 내려다 볼 수는 있다. 이전 시대의 건축물이 쓸모 없어지면 채석장이 됐다고 하는데 이곳도 마찬가지여서 대리석 마감재는 흔적도 없고 현무암 속살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얼핏 봐서는 아스팔트를 아무렇게나 뿌려놓은 것 같은 느낌이다. 이곳 자재는 성당을 짓는데도 쓰였고 도시를 에워싼 성곽을 짓는데도 쓰였다고 한다. 17세기 화산 폭발 후에는 화산 폭발로 발생한 폐기물을 버리는 장소로 사용되기도 했다는데, 지금 유적의 상태를 보면 쓰레기를 버리고 싶은 마음을 비난할 수만은 없지 싶다. 얼핏 거대한 쓰레기통처럼 보이기도 한다. 역사적 유물이라고 해도 현재 삶의 필요에 맞게 쓰는 게 맞지 싶고 오죽하면 그랬을까 싶기도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쓰레기통은 너무했다. 유적을 가장 막 쓴 사례가 아닐까 싶다.
[포르나체 교회]
문이 열렸던, 원형 극장 뒤 포르나체 교회chiesa san biagio in sant'agata alla fornace는 장례식 동안 잠시 문을 열었던 것이었나 보다. 식이 끝났는지 문을 닫았다. 다른 두 아가타 교회 역시 문을 닫았다.
위에 나열한 크로치페 거리의 그렇게 많은 볼 것 중에서 열린 것은 놀랍게도 하나도 없었다. 박물관은 월요일이니 닫았다 쳐도 교회는? 시간도 오전인데... 도대체 아무것도 안 보여준다. 꼭 보고 싶다 했던 것이 딱히 없었던 자에 대한 응징?^^ 언제부터 그렇게 보고싶었는데 라고 한다면 할말은 없지만 오전 내내 가는 곳 마다 문이 닫혀있으니 심사가 뒤틀리고 마음이 상한다. 그래도 하나는 보여줄 수 있지 않니 라고 말하고 싶은데, 그러면 왠지 카타니아는 그렇게 여행하는 곳이 아니야 라는 대답을 들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