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0/2020

시칠리아 여행: 21: 카타니아: 카타니아 & 우르시노 성



[카타니아 로마 극장에 부속한 오데온]


지도가 알려주는 길을 따라 우르시노 성castello ursino으로 가고 있는데 로마 극장teatro romano에 부속한 오데온odeon romano이 보인다. 오데온은 시 낭송회, 리허설 등 소규모 공연을 하던 시설을 일컫는 말이란다. 이곳도 숙소에서 알려준 곳인데 일단은 우르시노 성에 가보기로...




볼 시간이 채 한 시간도 남지 않았다 싶기는 했지만, 일단 가서 볼지 말지 결정하자며 부지런히 걸어 성에 도착했다. 매표소에서 컬렉션이 많으냐고 물으니 볼 시간이 충분할 거라고 한다. 그래서 보니 알고 있던 시간보다 한 시간 늦게 문을 닫는다.


[1669년 에트나 화산 폭발. 지아친토 플라타니아giacinto platania그림. 용암이 막 산 니콜로 베네딕트 수도원을 덮치려 하고 있고, 우르시노 성을 감싸고 흘러내려 바다로 흘러들고 있다]

[카타니아 현재 우르시노 성의 위치. 1669년 에트나 화산 폭발 이전에는 바닷가에 있었다고 한다. 구글 지도]

[카타니아 우르시노 성. 박물관에 전시된 카타니아의 옛 지도. 우르시노 성은 왼쪽 아래 해안가에 있다]


이 성은 13세기에 건설되었는데, 1669년 에트나 화산 폭발로 손상되었다가 19세기에 보수됐다고 한다. 지금은 시립 박물관으로 쓰인다. 당시는 바닷가에 있었는데, 화산 폭발로 현재 위치가 되었다는데, 영 믿기지 않는다.





[카타니아 우르시노 성. 엘그레코가 그린 초상화]


코우로스kouros라고 분류되는 그리스 조각, 명망 있는 가문의 문장들, 엘 그레코가 그린 초상화 등 인상적인 수집품이 꽤 있었고 무엇보다 설명이 친절해서 좋았다. 여기저기서 수많은 문장을 봤지만, 문장이 대체로 어떤 요소들로 구성되는 구나 생각하며 보게 됐던 것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뭔가에 의지하지 않고 홀로 서있는 고대 그리스 청년의 조각상을 코우로스kouros라고 한다는 것도 알게 됐다.


[우르시노 성 시립 박물관의 제단 전면 장식 특별전]


제단 전면 장식만 전시하는 특별전이 있었는데 감동적이었다. 산호나 은으로 만든 제단 전면 장식 중에서 바로크 건축 양식을 표현한 것들을 전망대, 항구, 건물 정면, 정원 등으로 분류해서 전시했다. 수많은 교회를 방문했고 아름다운 제단도 많이 봤지만, 제단 장식은 시선을 오래 둘 수 없는 대상이었다. 일단 시선이 가는 다른 장식이 너무 많고, 또 제단의 위치가 그 앞에 오래 서있으면 다른 사람의 관람이나 사진 촬영을 방해할 수 있는 곳이라... 그런데 소재와 주제별로 모아 전시되어있으니 제대로 감상이 된다. 시선을 집중하니 얼마나 정성이 들었는지 새삼스레 느껴진다. 시칠리아의 특산품인 산호를 소재로 한 것도 좋다. 큐레이터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싶다.

전시물이 너무 많은 박물관에 가면 빨리 모두 봐야 한다는 압박에 허둥대느라 오히려 제대로 감상을 못하는데 작은 박물관에 오면 차분히 보게 된다. 크고 유명한 박물관에 더 좋은 수집품들이 많겠지만 제대로 감상은 못하는 것이다. 그냥 골라서 볼 것만 보면 되지 않느냐 하지만, 나는 그게 안 되는 인간이다. 그래서 이렇게 작고 친절한 박물관이 좋다.




박물관을 나오니 드론을 날리며 결혼 사진을 찍고 있다. 시칠리아 사람들도 고궁에서 결혼 사진 찍듯 명소를 찾아 다니며 결혼 사진을 찍는 것 같다. 며칠 뜸했던 결혼식을 그제부터 다시 목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