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0/2020

시칠리아 여행: 17: 모디카에서 3



[모디카 산 죠르죠 대성당]


초콜릿 박물관을 나와 모디카에서 가장 오래된 초콜릿 메이커 보나후토antica dolceria bonajuto를 들리겠다던 생각을 까맣게 잊고 산 죠르죠 두오모duomo di san giorgio로 갔다. [산 죠르죠 두오모와 산 피에트로 성당 모두 주교좌는 아니다. 노토 교구 소속이고 교구의 주교좌는 노토에 있다고.] 성당이 있는 곳은 윗마을, 즉 모디카 알타였는데 계단이 끝도 없다. 움베르토 1세 거리에서는 성당을 바라보며 하늘을 향해 직진하듯 계단을 올라야 성당에 닿는다. 그걸 피하려 가리발디 거리로 돌아서 가는데도 계단이 만만하지 않다. 엄청나게 계단을 오르지 않고는 성당에 갈 방법이 없는 거다. 성당에 오르는 계단이 250개라는데 어디서부터 세서 그런 건지 모르겠다. 다 오르니 아래로 보이는 경관이 무척 좋다. 성당은 맞은편 언덕 비탈을 마주하고 있다. 모디카 성당 또한 노토의 대성당과 산 도메니코 교회를 설계한 로자리오 갈리아르디의 역작이라고 하는데 뭔가 분위기가 다르다. 나중에 찾아보니 설계자에 대한 약간의 논란이 있다고 한다. 갈리아르디가 설계한 것은 분명하지만 건축 말기에 그가 움직일 수 없는 형편이 돼서 프란체스코 파올로 라비지francesco paolo labisi라는 건축가가 마무리를 했단다.

성당 정면은 3단 구조인데 1단에 비해 2단이 확연히 좁다. 뭐든 눈에 익지 않은 것은 조화롭지 않아 보이는 경향이 있는 것이니 호불호에 대한 판단은 좀 미뤄두기로... 계단 아래에서 보면 급격히 성당 꼭대기 꼭지점으로 수렴하고, 경사가 급해 계단이 건물 토대를 가려서 성당 정면을 온전히 보려면 계단을 어느 정도 올라야 한다. 이곳에도 성당 중앙 입구 위에 마테르 에끌레지아mater ecclesia라고 떡 하니 써 붙여 놓았다. 이렇게 모교회임을 자랑하는 교회들을 다른 곳에서는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산 피에트로 파와 산 죠르죠 파 사이에 양보라는 것은 한치도 없었다. 두 성인 모두 모디카의 수호성인이란다.







[모디카 산 죠르죠 성당 내부]

내부는 전체적으로 흰색, 은색, 하늘색 장식에 금빛 테가 둘러져 있다. 테두리가 장식이 너무 현란해지지 않도록 진정시키고 있는 것 같다. 화려하지만 예쁘고 품위 있다. 제단의 폴립티크polyptych는 스페인 교회에서 많이 본 모양이다. [폴립티크는 여러 개의 패널로 구성된 그림. 제단화에서 많이 보여지는 형식이다.] 스페인 귀족 가문이 도시를 지배했던 역사와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 1단 왼쪽에는 이 성당의 주인인 산 죠르죠가 용을 잡는 모습이고 오른쪽은 산 마르티노가 알몸의 거지 행세로 나타난 예수에게 망토를 전하는 장면이란다. 나머지 장면들에도 성경의 여러 일화가 표현되어 있다고 한다. 제단의 은장식도 멋있다. 내부 장식에 대해 18세기 초 시칠리아에서 유행하던 바로크 장식을 총 집합해 놓았다는 설명이 있다. 스페인 지배 탓인지 시칠리아에서 유행하던 바로크 장식이라는데 스페인에서 많이 보았던 교회 장식을 떠오르게 한다.


[모디카 대성당에서 본 풍경]

[모디카 골목길]


[모디카 사도 요한 교회]


그만 뭘 좀 먹고 쉴까 하다 하나라도 더 보자 싶어 산 죠반니 에반젤리스타 교회chiesa di san giovanni evangelista(사도요한 교회)를 찾아 갔다. 언덕에 도시가 형성되다 보니 산 비탈을 넓게 지그재그로 오르는 차가 다닐 수 있는 길이 있고, 그 길들을 잇는, 비탈을 직선으로 오르는 지름길이 있는데 지름길은 거의 계단이다. 돌아가지 않으려면 계단을 오르내려야 한다. 방향감각 공간감각이 없는 사람으로서는 이런 입체적 마을이 너무 힘들다. 전체적 구조는 모르겠고 그저 한 발짝 앞만 아는 느낌이다.


[모디카 사도 요한 교회 내부]


산 죠반니 교회가 있는 위치가 모디카 알타에서 제일 높고, 교회의 종탑이 모디카에서는 가장 높은 곳(449미터)이고, 맑은 날에는 말타가 보인다고도 하던데, 오늘은 틀렸다. 농담을 달리한 온갖 먹빛 구름이 하늘에 가득하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막상 와보니 종탑이 어디있다는 건지 눈에 띄지 않는다. 이곳에는 원래 6세기에 교황 그레고리 1세가 시칠리아에 세운 6개 교회 중 하나인 베네틱트 수도원과 수도원 교회가 있었단다. 역시 로자리오 갈리아르디가 설계했다고 안내서에 나오는데, 그는 18세기 중반에 죽었고, 이 교회는 19세기 말에 건설되기 시작했다. 너무 상반되는 정보가 많다.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도 아니고, 됐다 싶지만, 시칠리아의 현 주소를 보여주는 단서 같다. 어찌됐건 오래되지 않은 티가 나지만 스투코로 예쁘게 장식되어 있는 깔끔하고 단정한 교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