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라쫄로 아크레이데 포폴로 광장. 산 세바스티아노 교회]
[팔라쫄로 아크레이데 포폴로 광장. 시청]
[팔라쫄로 아크레이데 포폴로 광장]
시청이 있는 포폴로 광장에 왔다. 광장이라는 말이 어울리게 넓다. 광장에서 서쪽에는 광장 한 변을 다 차지하며 시청이 서있고 남쪽으로는 산 세바스티아노 교회chiesa parrocchiale di san sebastiano 정면이 시원하게 보인다. 관광객이 많지 않은 이곳의 한적한 분위기가 좋다. 상상 속 소박하고 작은 마을 같은 마을이다. 처음엔 어디가 어딘가 싶지만, 곧 방향이 잡히고, 작아서 어디로 가든 길을 잃을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된다.
[팔라쫄로 아크레이데 산 세바스티아노 교회]
지금까지 봤던 모든 교회 문이 닫혀 있었는데 이 교회는 문이 열렸다. 들어가니 어떤 아저씨가 다가와서 안내를 해준다. 산 세바스티아노에게 봉헌된 교회이고, 축일인 8월 10일에는 행렬 축제가 있고, 행렬에 사용되는 수레라며 수레 세 개를 보여주고, 각각에 조각상, 유해, 그리고 뭔가가 실린다고 했는데 기억나지 않는다. 제단에 쓰인 유색 대리석은 페르시아 산이란다. 시칠리아에서는 그런 대리석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지금까지 무수히 보아왔던 유색 대리석이 모두 수입품이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유색 대리석은 매우 비싸서, 돈이 없는 교회는 유색 대리석인 척 색을 칠한단다. 그러며 한 귀퉁이 벽을 가리킨다. 대리석인 척 칠이 되어있다.^^ 아치마다 달려있는 샹들리에는 무라노 산이라며 무라노를 아느냐고 묻는다. 가봤다고 하니, 무라노 산 샹들리에가 최고란다. 문서 보관실도 보여주고, 문서 보관실 나무 장은 300년 됐는데, 교회 지을 때 만든 오리지널이란다. 교회에 대한 자부심이 넘친다. 그도 알 것이다, 이 교회가 세상 최고의 교회는 아니라는 것을. 세상은커녕 이 인근에서 조차 내노라할 만한 교회도 아니라는 것도. 사랑하는 이유가 최고이기 때문은 아니듯 자랑이나 자부하는 이유도 최고라서 일 필요는 없다. 성당 불도 켜주고 곳곳마다 사진 찍으라며 기다려주고 열심히 성의껏 설명을 해주었다. 그러더니 기념품 진열장을 열며 의무는 아닌데 마음에 드는 것을 갖고 기부를 해주면 좋겠단다. 베이스볼 카드를 연상시키는, 그것도 이미 여러 사람의 손을 탄 듯한 성인이 그려진 카드, 꼬질꼬질해 보이는 플라스틱 묵주, 뭐 그런 것들이다. 내가 자청한 안내는 아니었어도 감사의 표시로 기부를 하려 했었기에 물건은 됐다고 하고 5유로를 주고 나왔다. 페르시아 산 대리석인 척 칠한 벽을 하루 빨리 진짜 페르시아 산 대리석으로 꾸미게 되길 바라며...
모든 교회가 문을 닫은 덕분(?)에 목표(?)는 달성했는데 한 시간이 남는다. 이곳 고고학 공원에도 보존이 잘 된 그리스 극장teatro di akrai이 있다는데 한번 달려볼까 하다 무리하지 말자 싶다. 20분만 더 있었으면 갔었을 텐데... 시간이 이렇게 귀했던 적이 언제였나 싶다. 10분 20분이 아쉬울 때가 많다. 잠깐 망중한을 즐기기로 했다. 사실 역사적 가치로 따져 이곳에서 꼭 봐야 할 것은 그리스 극장이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많이 봤으니까... ^^
광장에 한 켠에 테이블을 펴놓은 바에 들어가서 주스를 주문하고 나와서 광장 테이블에 앉았다. 웬만한 바에는 병에든 주스 밖에 없다. 오렌지도 흔한데, 바라면 생과일 주스쯤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닌지. 병에든 주스는 집에서도 1년에 한 번이나 마실까 말까 하는데, 달디단 생과일이 넘쳐나는 시칠리아에 와서 병 쥬스를 너무 자주 마신다.
멍하니 산 세바스티아노 교회 정면을 보다 기꺼운 마음이긴 했어도 어처구니 없이 5유로를 뜯겼다 싶다. 참나...^^ 하지만 나도 내 교회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적극적으로 기부를 요청할 수 있을 것 같다. 시칠리아 하늘처럼 매일 이리도 변화무쌍한 하늘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구름의 속도가 이렇게 빨랐던가... 이곳 꼬맹이들은 일기를 어떻게 시작할까? 적어도 오늘 날씨로 일기를 시작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날의 날씨만 써도 그림 일기의 글씨 쓰는 칸을 모두 채울 테니까... 날씨조차 이 섬의 다양성을 암시하는 것 같다. 하늘이 금방 일식이 있는 날처럼 어둡다가 언제 그랬냐 싶게 새파랗다.
버스 정류장에 오니 버스 오기 25분전이다. 정류장에 아무도 없다. 분위기로 봐서 버스가 곧 와서 설 것 같지 않다.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두고 보자 싶다. 올 때 내렸던 곳에서 돌아가는 버스를 탄다는 것도 영 적응이 안 된다. 5분전 누군가 한 명이 온다. 버스가 여기에 서는 것이 맞냐고 물으니, 버스가 오리라 생각은 하지만 자신도 버스가 처음이라 잘은 모르겠다고 한다. 생김새와 차림새가 평범해서 수더분하리라는 기대와 달리 말투가 도도하다. 아무튼 상상도 하기 싫은 일이 벌어지면 연대(?)할 사람이 생겨 조금은 마음이 놓인다.
버스가 올 시간이 2분 지났다. 사람이 한 명 더 늘었다. 사람이 늘었어도 버스가 오지 않으니 급 초조해진다. 그냥 유람선 타고 아 푸티아a putia에서 이른 저녁 맛있게 먹고 일찍 들어가서 짐 챙기고 잘 걸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버스가 올 때까지는 후회를 멈출 수 없을 것 같다. 5분 경과. 이 차가 막차인데다 곧 날이 어두워질 것을 생각하니 초조함이 공포로 변하려 한다. 7분이 지나 버스가 왔고, 드디어 마음을 놓는다. 버스 시간표에 의하면 분명 온다 했는데, 늦는 7분 동안 안달복달한 것을 보면 나는 이곳 시스템을 끝내 믿지 않으려나 보다. 막상 따져보면 안 된 것도 없고 크게 낭패를 본 일도 없는데, 뭐가 제대로 안 되는 것 같고 또 안 될 것 같은 느낌을 버리지 못하는 것 같다.
아까 감자농장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한 청년이 버스를 보더니 손을 든다. 버스 기사가 주춤하다 그냥 지나칠 기세로 조금 더 가더니 마침내 멈추고 도대체 어쩌라는 거냐고 혼자 짜증을 내며 청년을 기다린다. 아까 이곳에서 내렸던 청년이었다. 청년이 뛰어 와서 버스에 오르자, 정류장이 아닌 곳에서 심지어 반대편 차선에서 손을 들면 어쩌냐고 역정을 낸다. 청년은 그 말에는 대꾸도 않고 지금 몇 시냐, 50분이나 기다렸다고 자기 억울함만 호소한다. 글쎄, 버스가 그렇게 늦지는 않았는데 50분을 왜 기다렸을까 싶다. 하지만 기사는 청년이 한 말의 시시비비는 가리지 않고 네가 팔라쫄로로 왔어야지 라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상황이 종료됐다. 그 청년이 내리고 탄 그곳에 도대체 뭐가 있을까 궁금하다.
북쪽 멀리 일직선으로 솟은 절벽이 보인다. 얼핏 판탈리카 고대 무덤 사진들에서 본 것과 비슷하다. 절벽에 굴을 파서 시신을 묻던 것이 당시 이 일대에서는 일반적인 장례 풍습이었나 보다.
어떤 마을을 지나는데 분위기는 여느 마을과 다를 바가 없는데, 길이 자로 그은 듯 직선이다. 지도를 보니 마을을 두부 모처럼 잘라 구획을 정리했다. 아무리 계획 도시라도 이렇게 까지 직선 직각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았을 텐데... 여기도 1693년 대지진으로 다 무너져 새로 지은 마을일지 궁금하다. 마을 이름은 카니카띠니 바니canicattini bagni.
시라쿠자 도착. 날이 어둑어둑하다. 버스에서 내린 도도한 그녀는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던, 덩치가 그녀의 두 배쯤 되고 징 박힌 가죽 라이더 자켓에 스카프를 머리에 두르고 수염으로 얼굴을 반쯤 덮은 남자와 포옹하고 입을 맞춘다. 어디에서도 지고는 다니지는 않을 것 같은 느낌... 그녀를 기다리는 그가 그녀의 도도함의 근거였을까 하는 생각이 순간 스치는 건 뭐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