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피에트로 두오모duomo di san pietro
[모디카 산 피에트로 교회]
[산 피에트로 교회 계단 위에서 본 풍경. 같은 시각 각도만 달리한 하늘의 표정이 이렇게 다를 수가...]
움베르토 1세 거리를 따라 걸으니 모디카의 유명한 교회 중 하나인 산 피에트로 두오모가 나온다. 넓은 3단 층계 꼭대기에 위치하는데, 계단들이 점점 좁아지며 빛을 띈 석회암으로 지어진 바로크 스타일 정면을 가지 교회로 수렴하는 듯 보인다. 시칠리아에서 주목할 만한 건축물은 그리스, 아랍-노르만, 바로크 등 세 스타일 중 하나인데, 바로크 양식이 압도적으로 많다. 더구나 유네스코 세계유산 ‘발 디 노토의 바로크 후기 도시들late baroque towns of the val di noto’에 속하는, 대지진으로 새롭게 재건된 도시는 눈에 띄면 다 바로크 스타일 건물과 교회라 해도 과언이 아닌 듯하다. 모디카도 그 카테고리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속하는 도시다.
시칠리아 바로크 양식의 특징이 진입(?) 계단이라고 어딘가에서 봤었는데... 이 교회 앞에도 사다리꼴로 보이는 넓은 계단이 있다. 실제는 넓이는 일정한데 원근법 때문에 위로 올라갈 수록 드리마틱하게 좁아지는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원근법...^^ 그런데 이곳에서 계단은 지형으로 인한 어쩔수 없는 선택일 뿐 스타일을 위한 요소로 보이지 않는다. 아무튼 건물이 다 바로크 양식이라해도 건물마다 나름의 특색이 있다. 이 교회의 정면 2층에는 특이하게 발코니가 있다. 장식 기둥에 여러 무늬를 넣은 것도 특이하다. 계단 주변에 12개의 조각상이 있는데 예수의 12사도의 조각이고 실물 크기라고 한다. 석상들에 물을 부어가며 솔로 박박 문질러 닦는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면 손을 들 것 같다. 닦지 않고 꼬질꼬질한 채로 두어야만 하는 상황을 정말 이해하고 싶다.
교회 뒤로 보이는 하늘의 구름이 순식간에 짙어진다. 반대편 하늘은 먹구름으로 뒤덮였다. 이 정도 변화면 천재지변의 전조이지 싶은데, 이곳에서는 이런 변덕이 일상인 것 같다.
교회 문이 열려 있다. 노토의 교훈, 열려있을 때 봐라 를 떠올리며 들어갔다. 흰색 코린트 스타일 기둥들이 네이브 양쪽에 쭉 늘어서서 천정을 받치고 있는데, 색깔이 어느 교회보다 다채롭게 느껴지고 구석구석 빈틈없이 장식이 있다. 화려하고 명랑한 느낌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엄숙한 이야기는 못할 것 같다.
이 교회는 지금 모디카의 대성당인 산 죠르죠 성당과 대성당 지위를 놓고 오랫동안 계속 경쟁했다고 한다. [현재 두 성당 모두 주교좌라는 의미의 대성당은 아니다. 모두 두오모와 모교회의 지위를 인정받고 있다.] 그러다 지진으로 무너져 재건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경쟁이 너무 치열했는지 왕이 두 교회를 따로 짓지 말고 하나만 지어 두 성인 모두에게 봉헌하라고 했단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며 왕의 명이 잊히고, 성당 지위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심도 잊혀 두 성인을 위한 교회가 각각 따로 지어지게 되었단다. 그래도 미련을 못 버렸는지 입구 위에 인근에서 가장 오래된 모교회라는 뜻의 마테르 에끌레지아mater ecclesia라고 쓰인 문장이 떡 붙어 있다. 스스로 모교회라 선언했다는 말이 있던데, 교구 홈페이지에 보니 둘 다 모교회로 올라 있었다. 결국 그들을 간절한 열망을 받아주기로 했나 보다. 아무튼 유일신을 믿는 종교에서 모시는 성인을 두고 파벌이 있었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이들을 두고 예수님은 뭐라 하셨을까? 인간은 원래 파벌을 형성해 싸우기를 좋아하지 하나로 뭉쳐 화합하고 평화롭게 지내기를 좋아하지 않는 종족인가 싶다.
모디카 초콜릿 박물관museo del cioccolato di modica
모디카 하면 바로크 도시이기도 하지만 초콜릿의 도시이기도 한다. 시칠리아 어디서든 단 것을 파는 곳에는 모디카 초콜릿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시칠리아 도착 둘째 날 팔레르모 카포 시장에서 와, 모디카 초콜릿이다 하며 샀던 초콜릿이 아직도 배낭에 그대로 있다. [결국 시칠리아 일주하는 내내 안 먹고 집에 가져왔고, 포장이 너덜너덜 해져서 누구에게 선물도 못하고, 조금씩 야금야금 다 먹어 치웠다.] 16세기에 이곳을 지배하던 스페인 카브레라cabrera 가문이 모디카에 초콜릿을 들여왔다고 한다. 이후 온 세상이 풍미를 올리고, 빠르게 대량 생산하며 가격을 낮추는 방향으로 초콜릿 제조 방식을 바꾸었는데, 이곳은 아직도 아즈텍 방식을 고수한다고 한다. 돌을 사용하고 마찰열로 온도가 올라가지 않도록 느리게 갈아서 초콜릿을 만든단다. 전통 아즈텍 방식에서 달라진 것은 옥수수를 섞는 대신 설탕을 쓰는 것이란다. 카카오 콩을 가는 데 쓰이는 현무암을 쉽게 구할 수 있는 환경 덕분에 이런 방식을 고수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말도 있다.
[모디카 시립 미술관. 위 왼쪽은 가리발디, 아래 오른쪽은 모디카의 수호성인 산 죠르죠가 용을 잡는 모습]
[모디카 초콜릿 박물관]
초콜릿 박물관으로 갔다. 시립 박물관museo civico franco libero belgiorno 한 쪽 전시실 몇 개에 초콜릿을 찰흙이나 물감처럼 사용해 만든 작품을 전시하고 있었다. 거대한 이탈리아 지도를 만들어 놓고 도시 별 랜드마크를 만들어 놓은 것도 재미있다. 오래 전 토리노 초콜릿 축제가 떠올랐다. 초콜릿으로 소시지도 만들고 연장도 만들고 안내판도 만들고 지도도 만들고... 초콜릿으로 만들 수 없는 것은 없어 보였었다. 전시장을 나올 때 초콜릿을 파는 공간을 지나도록 동선이 짜여 있다. 맛만 봤다. 향은 보통 초콜릿 보다 순한 듯 했고, 맛 자체는 나쁘지 않은데, 설탕이 서걱서걱 씹힌다. 초콜릿의 질감도 거칠게 느껴지지는 않지만 벨벳같다고 표현하는 입에 들어가면 사르르 녹기 시작하는 익숙한 질감이 아니다. 기계적 프로세스를 거치지 않았다는 말이 믿어지는 맛과 느낌이라고나 할까... 단번에 그 매력을 알 수 있는 맛은 아닌 듯 하다. 언젠가 문뜩 그리워질 수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