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오모 광장에 바로코 꼬마 기차trenino barocco가 서있다. 시칠리아 바로크 도시들에 모두 있는 관광용 꼬마기차다. 모디카에서 탈까 하다 타지 않았던... 오늘은 발 상태가 좋지 않으니 기차로 한 바퀴 돌아도 좋을 것 같다.
따로 앉을 자리가 없어 커플 옆에 끼어 탔는데, 아저씨가 말을 건넨다. 네덜란드에서 온 부부다. 아주머니가 시칠리아를 너무 좋아한다며 매년 온다고 한다. 산티아고 길을 걸을 때 만났던 윌을 닮았다. 윌은 우리가 땡볕이라고 표현하는 햇볕을 너무 좋아했었다.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에서 태어났어야 하는데 wrong place(네덜란드)에서 태어난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그녀의 환한 미소가 그립다.^^ 아저씨는 호기심이 많았다. 계속 뭔가를 묻고 이야기를 건넸다. 그러면서도 매년 온다는 시칠리아가 그렇게 좋은지 처음 온 사람처럼 계속 사진을 찍는다. 기차가 아무리 느려도 계속 덜컹거리며 움직이니 구도도 촛점도 엉망일 수 밖에 없는 사진을...
며칠 전 TV에서 들은 말이 떠오른다. 아이가 넘어졌을 때, 너 그러다 넘어질 줄 알았다 라는 비난을 가장 안 하는 사람들이 네덜란드 사람이란다. 그들은 넘어진 책임을 넘어진 사람에게 돌리며 비난하는 대신, 왜 넘어졌을까 하며 넘어지지 않을 방법을 찾는단다. 요지는 호기심이 많고 늘 탐구하는 성향이 있다는 거다. 유럽은 많이 다녀봤지만 아시아는 올해 아들이 상하이에서 일하게 되어 처음으로 가봤다고 한다.
갑자기 어렸을 때 교과서에 나온 네덜란드 소년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한국에 유명한 네덜란드 소년이 있다고 이야기를 전했다. 둑에서 물이 새는 것을 발견하고 주먹으로 막다 점점 구멍이 커져 결국 온 몸으로 둑을 막아 마을을 구했다는 소년... 아저씨가 듣자마자 ‘myth’라고 한다. 그런 이야기가 있기는 하지만 사실이 아니란다. 헐~~~ 언젠가 대홍수가 있기는 했단다. 둑이 무너져 네덜란드의 남부지방이 크게 물에 잠기고 사람이 엄청나게 많이 죽었고, 그 일을 계기로 큰 프로젝트를 진행해서 지금은 홍수를 잘 컨트롤하고 있단다.
학교에서 거짓 이야기까지 동원해 천진한 아이들에게 애국심을 심으려 했던 것을 보면, 내가 성장하던 그 시절이 군부 독재 시절이 맞긴 맞았구나 싶다. 언젠가 네덜란드도 여행하고 싶다고 하니, 오면 꼭 마두로담이라는 곳을 먼저 보라고 했다. 아저씨 말에 의하면 미니어처를 전시하는 전시장으로 추측된다. 기억해야겠다.
[라구자 이블라 아보카토 죠반니 오따비아노 거리via avvocato giovanni ottaviano에 있는 교회들. 구글 지도 사진]
기차가 수페리오레에 가면 그곳에서 내리려 했는데 이블라만 한 바퀴 돌고 만다. 아보카토 죠반니 오따비아노 거리via avvocato giovanni ottaviano를 따라 비잔틴 시대 모르타르 없이 돌로만 쌓은 성벽과 그 길가에 있는 교회 2개 빼고는 어제 다 봤던 것이다. 그래도 큰 보람이 있었다. 기차를 안탔으면 네덜란드 소년의 진실을 어떻게 알았으랴...^^
[라구자 수페리오레 가는 계단]
기차에서 내려 어제 올랐던 계단을 다시 올라 수페리오레로 갔다. 전망대에서 오늘 본 이블라 풍경은 어제 느낌과 또 다르다. 열 번을 보면 열 가지 느낌이 있을 것 같다.
이 낯선 곳에서 누군가 나를 부른다. 닉 부부였다. 곧 아그리젠토로 떠난단다. 여행자는 다 같은 마음이구나 싶다. 떠나기 전 아쉬움에 한 번이라도 더 좋아하는 풍경을 눈에 담고 싶은 마음. 아그리젠토 성당도 시내도 좋았다고 꼭 둘러보라고 했더니, 숙소가 시내에 있으니 그러겠다 한다. 혼자 다니다 말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면 반갑다. 둘이 다녀도 마찬가지인가보다. 제니는 저쪽에 서서서 빨리 가지 뭐하느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는데, 닉의 말이 끊이지 않는다. 결국 닉을 불러 가자고 재촉한다. 관계도 물처럼 흘러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