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7/2020

시칠리아 여행: 20: 라구자: 다시 이블라




[라구자 수페리오레: corso mazzini 풍경]



이블라로 돌아가는 길에 지름길인 계단으로 쭉 내려오지 않고 뱀처럼 구불거리는 마찌니 거리corso mazzini를 따라 걸었다. 라구자 이블라 전경이 다른 각도로 보인다. 걷는 게 좋다. 영원히 걸을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레푸블리카 광장까지 내려와 다시 이블라 언덕을 오르며 수페리오레 풍경도 다시 보고 카메라에 담았다. 마음에 담는다? 다 옛 말이다. out of sight, out of mind는 진리다. 사진이라도 있어야 희미하게라도 마음을 기억한다. 수페리오레 풍경도 아름답다.


[이블라에서 본 수페리오레 풍경]


산 죠르죠 성당 박물관







성당 뒤에 있는 성당 박물관이 문이 열려있다. 열린 박물관 앞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들어갔더니 인적 뜸한 박물관을 하루 종일 홀로 지켰을 할아버지가 사람이 반가운지 친절히 맞아 준다. 지진으로 무너진 원래 성당의 모습과 유물들, 그리고 로자리오 갈리아르디가 그린 성당 설계도가 인상적이다. 성당의 설계도는 처음 보는 것 같다. 설계도를 보고 나니 성당이 다르게 보이고 건축가의 생각을 구현해낸 장인과 예술가의 존재에도 생각이 미친다. 설계도를 먼저 보았다면 성당이 훨씬 더 흥미롭게 보였을 것 같다. 계단을 에워싼 철제 난간까지 정교하게 디자인 된 것이었다. 많이 안다고 꼭 좋지만은 않지만 아는 것이 많아야 세상이 더 흥미로운 건 맞는 것 같다.


포르탈레 디 산 죠르죠portale di san giorgio




지나다니다 몇 번 보았던 옛 성당 현관portale di san giorgio을 다시 가서 찬찬히 보았다. 문만 남은 것을 남겨두었는데 문 틀이 엄청 좋아하는 아키볼트 형태로 장식되어있다. 15세기 것이란다. 기둥머리와 팀파넘 조각이 녹아 내린 듯한 모습인데, 세월의 흔적이 보이는 그 모습 그대로 멋있다.









공원 입구에 예쁘게 장식된 클래식 차가 서있다. 결혼식이 있겠구나 싶다. 어제는 결혼식 때문에 못 봤고 아침에 문이 닫혀 보지 못했던 호텔 옆 교회를 마저 보겠다고 갔더니, 오늘도 결혼식이 있다. 내 관광의 최대 적은 역시 결혼식이다.

다섯 시가 훌쩍 넘긴 했어도 숙소로 들어가기는 이른 시간이지만 들어가서 씻고 나와 9시에 재즈콘서트를 듣고 들어가서 바로 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제대로 저녁을 먹기는 부담스러워 오가며 본 살루메리아salumeria barocco로 들어갔다. 빠니니를 만들어 줄 수 있냐고 하니까 가능하다고 한다. 어떤 치즈를 넣을까 고민하니까, 이 지역 특산물이라는 피스타치오가 군데군데 박힌 치즈를 권해준다. 오케이... 숙소에서 커튼도 방충망도 없는 창을 활짝 열고 창가에 서서 계곡으로 어둠이 내리는 것을 보며 빠니니를 먹었다. 그러고 씻고 나니 세상 아쉬운 것도 없고 만사가 귀찮다. 재즈... 안 들어도 될 것 같다. 사실 내게 잠자리에 들 준비 다 된 상태의 야밤 외출은 말 열 마리의 힘으로 끌어 내야 겨우 있을 법한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