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파니 가로수]
식당에서 나와 숙소를 향해 가다 꽃이 활짝 핀 가로수에 팔려 엉뚱한 길로 들어섰다. 그래봐야 도시가 작아 거기서 거기... 하지만 기왕 이렇게 된 것, 어제 버스 정류장 찾다 주위를 맴돌았던 마르게리타 여왕의 빌라villa regina margherita 공원에 가보자 싶다. 여름에 콘서트가 열리는 곳이 했다.
[트라파니 빌라 레지나 마르게리타]
공원에 커다란 나무들이 많다. 팔레르모 가리발디 정원에서 보았던, 유럽에서 제일 크다는 나무 못지않게 크다. teatro giuseppe di stefano라는 간판이 붙어있고 울타리가 있는 영역이 있는데, 그곳이 공연장인가 보다. [giuseppe di stefano는 시칠리아 카타니아 출신으로 이탈리아의 전설적 테너라고 한다. 마리아 칼라스의 최고의 파트너였고,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우상이었다고.]
[빌라 레지나 마르게리타의 흉상들]
[빌라 레지나 마르게리타의 마피아 희생자 기념비들]
곳곳에 흉상이 세워져 있다. 음악가의 흉상, 나도 알아 볼 만한 단테의 흉상, 애국자였다는 인물의 흉상, 그러다 ucciso dalla mafia라 쓰여진 흉상이 눈에 띈다. 그런데 그렇게 쓰인 흉상이 그것만이 아니다. 줄줄이 있다. killed by mafia라는 뜻이다. 마피아에 희생된 사람들을 기념하는 조각물도 있다. 몇 개를 카메라에 담다 멈추었다. 묵직한 충격이 한발 느리게 따라왔다. 이들도 마피아의 만행을 묘사한 글에 표현된 끔찍한 방식으로 죽음을 맞이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그들이 겪었을 공포가 카메라를 통해 옮아오는 것 같다. 내게 물리적 위협이 있을 것 같은 공포는 아니지만 심장이 서늘해지는 느낌...
조금 전 세제스타에서 느낀 평화가 무색하다. 모두 시칠리아 사람들의 삶 속에 마피아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라고 말한다. 그 말의 느낌이 확 다가온다. 아직도 마피아는 늘 상기시키고 경각심을 일깨우고 뇌리에 주입해야 하는 존재였다.
[트라파니의 주말 일상]
공원을 나와 북쪽 해안가를 따라 걸으며 구시가지로 돌아왔다. 사람들은 바다에서 배도 타고 해수욕도 즐기며 여름 주말을 보내고 있다.
각자의 삶이 있고, 각자의 일이 있고, 그럼에도 공감과 연대가 필요한 이슈가 있고... 순간에 충실하며 평형점을 찾으려 평생 흔들리는 것이 인간의 삶이 아닐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