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쥬세페 교회. 왼쪽: 꽈뜨로 깐띠의 봄에 해당하는 모서리; 중앙: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거리에서 보이는 입구; 오른쪽: 다섯 번째 모서리quinto canto라 불리는 입구]
[프레토리아 광장에서 본 산 쥬세페 교회]
숙소로 돌아 가려면 비토리오 엠마누엘레 길을 따라 서쪽으로 걷다가 꽈뜨로 깐띠에서 마케다 거리를 따라 북쪽으로 걷는 것이 가장 간단할 것 같다.
꽈뜨로 깐띠를 지나며 몇 번을 지나쳤던 교회로 보이는 건물의 문이 열려 있다. 들어가보니 산 쥬세페 교회chiesa di san giuseppe dei padri teatini였다. 프레토리아 광장에서 알록달록한 물결 무늬 타일 장식 돔을 보며 저 귀여운 것의 소속은 어디일까 했었는데, 바로 이 교회였다는 것을 들어와 보고 알았다. 북쪽 문이 열려 있어 나가보니 프레토리아 광장이... ㅠ.ㅠ 이놈의 공간 지각력... 그나마 다니는 것은 다 구글 지도 덕분이지 싶다. [그런데 구글 지도에 한글로 표시된 이 교회의 이름은 그야말로 최고의 엉터리 사례인 것 같다. '샌 기우셉페 데이 티티니'로 되어 있다. 그대로 읽으면 '산 쥬세페 데이 파드리 테아티니'로 읽어야 한다. '테아티니 수도회 신부들의 산 쥬세페 교회'라는 뜻 ]
교회가 문을 열 시간이면 일하러 나오는 분들이 있다. 사람들은 그들이 집시라던데, 나는 어떻게 집시를 구별하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혼자서 나오기도 하고 어린 애기를 데리고 나오기도 한다. 교회 입구에 사람들의 출입을 교묘히 적당히 방해할 만할 곳에 자리를 잡고 바구니를 놓고 손을 내밀며 자비를 구한다. 웬만하면 관광객이 드나드는 교회에는 다 있는데, 특히 입장료가 없는 교회 입구를 지키는 것 같다. 적선을 매번 하지는 않아도 안 하는 편은 아니다. 그날 그날 기분에 따라 한다. 그냥 주기도 하고 교회에 기부하려던 것을 주기도 하고, 들어가면서 하기도 하고 나오면서 하기도 하고... 원칙이라는 것이 있다면 아이 안고 나온 사람에게는 안 한다. 사정이야 있겠지만 아기를 구걸에 동원하는 것이 싫다.
오늘도 누군가 일을 하러 나왔는데 조금 공격적이다 싶다. 너무 달려든다. 몸을 틀어 비껴 들어가니 붙잡기라도 하겠다는 듯 발에 손을 댄다. 으악... 억만 금이 있어도 한 푼을 적선하고 싶지 않다. 잠깐 스친 손을 통해 뭐가 묻었으랴...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등을 탁탁 털어냈다. 그러고 나니 마음이 좀 편해진다. 나쁜 기운을 느꼈다고나 할까... 몸은 광기와 살기와 원한의 장소(종교재판 박물관)를 벗어났어도 마음은 그곳을 빠져 나오지 못했나보다. [왠지 모르겠는데 그 손이 발등에 닿던 느낌을 생각하면 지금도 소름 끼친다. 몸에 손을 댄 여자의 손을 살짝이었더라도 매몰차게 찰싹 때려 구설에 오른 교황님을 나는 백 번 이해하고도 남는다.]
[성수반과 오르간]
그러고 들어가니 문 양옆에 하늘을 나는 천사가 성수반을 들고 환영해준다. 어지럽혀진 영혼을 정화해주길... 천사가 날고 있는 하늘의 색이, 비싼 대리석이라는 건 알겠는데, 마음에 안들긴 하지만... ^^
방문 목록에 없던 교회라 별 기대 없었다. 얼핏 화려한 싸구려 벽지로 한껏 장식한 느낌... 하지만 곧 초점이 맞춰지며 예사롭지 않음이 느껴진다. 공간이 널찍널찍 시원하다. 무게를 지탱하는 육중한 기둥들이 인상적이다. 유색 대리석을 통으로 깎아 만든 기둥들. 설마 이게 진짜야? 유색 대리석은 내 취향은 아니라도 생산량이 많지 않아 가격도 비싸고 귀하게 여겨진다고 한다. 이곳은 기둥부터 벽, 바닥까지 유색 대리석으로 둘렀다.
곳곳이 공사 중이다. 공사 끝나지 않은 건설현장 같은 느낌. 그 사이로 보이는 세월의 흔적, 화려한 장식... 그리고 무엇보다 색감이 매우 독특하다. 실내를 장식하는 모든 색이 채도는 높고 밝기는 낮다. 천장의 프레스코화도, 벽과 바닥을 장식하는 대리석도 화려하면서도 어둡고 진하다. 보통 이런 느낌의 색의 조합을 좋아하지 않는데 이곳은 뭔가 매력이 있다. 늦은 오후지만 아직 창에서 들어오는 빛이 공간을 밝히고 있다. 쇠락의 흔적과 해질 무렵 분위기가 더해져 뭐라 형언할 수 없는 아우라를 발산한다. 공사가 끝난 온전한 모습을 보고 싶어진다.
[사진은 밝아 보이는데, 실제로는 어둑어둑 했다.]
[주제단]
테아티니teatini라는 수도회에서 17세기에 세운 교회이고 팔레르모의 바로크 교회 중에서 가장 조화로운 교회라는 설명이 있다. 수도회의 창시자는 '방은 소박하게, 음식은 적당하게, 교회는 화려하게'라는 신조가 있었고, 그 말을 따라서 그랬는지, 테아티니 수도회는 화려한 교회들을 여럿 남겼다고 한다. 이 교회에도 여기저기 비계가 서 있고 공사판 같은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엄청난 정성을 들인 흔적을 숨길 수가 없다. 육중한 유색 대리석 기둥들, 팔레르모 특유의 대리석 상감marmi mischi 장식 예배당들, 유색 대리석 바닥과 벽, 천장의 프레스코화 등등...
입구는 마케다 거리에도 있고,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거리에도 있다.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거리에서 봤을 때 정면 오른쪽에 콰트로 칸티와 같은 3층 구조의 파사드facade가 있는데, 그것을 다섯 번째 모서리quinto canto라고 한단다. 이 교회 역시 2차 세계 대전 때 폭격으로 많이 부서져서 복구한 부분이 많은데, 아직도 복구 중이라는 설명이 있다. 세월로 인한 쇠락의 흔적으로 보였던 것이 폭격으로 인한 손상이었을 수도 있겠다 싶다.
[팔레르모 특유의 대리석 상감marmi mischi으로 장식한 예배당들]
여러 곳에서 시칠리아를 복구하기 위한 자금을 많이 투자했다는데, 어떤 마음으로 투자했을지 알 것 같다. 손상되기 전의 모습을 상상하면 너무 안타깝고, 나도 자주 벽돌 한 장이라도 보태고 싶은 심정이 된다. 그런데 투자가 별 효과는 없었다고 한다. 투자한 돈이 부패한 관리의 입으로도 들어가고, 마피아의 입으로도 들어가고... 흔적도 없이 사라진 돈이 엄청 많단다. 밑 빠진 독이라는 걸 알면서도 왜 계속 투자를 하는지 그 심정도 알 것 같다. 어디에 있든 결국 인류의 유산이라서 복원하고 복구하고 지키고 싶은 것이기도 하겠지만, 왠지 이곳에 대한 희망을 버리는 건 인류가 구제불능임을 인정하는 것처럼 느껴질 것 같고 치유되지 않는 상처로 남을 것 같다, 적어도 이곳의 찬란했던 역사를 알게 된 사람들에게는...
나는 문화재를 완전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며 박물관에서 박제된 상태로 영원히 보존하는 것에 대해서는 별로 찬성하지 않는다. 의미 있는 보존이 있다고 생각해도, 한도 끝도 없는 컬렉션을 자랑하는 박물관을 보면 숨이 막히는 느낌을 여러 번 받았다. 사람들이 얼마의 가치를 매기든 결국 어떤 식으로든 쓰자고 만든 물건일 텐데, 아끼며 쓰고 자연스럽게 사라짐을 허락하고 새로운 것이 태어나게 하고 그랬으면 좋겠다. 소멸하고 있는 것들에도 아름다움이 있다. 사라지는 과정도 아름다운 일이니, 슬퍼하거나 연연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천수(?)를 다하지 못하고 반달리즘으로 파괴됐다는 말을 들으면 너무 안타깝고 가슴이 답답해진다. 그렇게 사라지게 하는 건 절대 반대다.
P.S. 테아티니 수도회... 어제 봤던 팔레르모 성당 바닥에 있는 meridian line이라는 것을 만들었다는 천문학자가 이 수도회 신부 giuseppe piazzi라고 했다. 그는 수학자이기도 했다고 한다. 노르만 궁전에 팔레르모 천문대를 세웠고 그곳에서 일하며 첫 번째 소행성 세레스ceres를 발견했단다. 그의 이름을 따서 이름 지은 달 분화구도 있고, 천 번째 소행성이 발견됐을 때, 그를 기려 천 피아찌아1000 piazzia라고 이름을 지었단다. (끝에 -a를 붙인 이유는 행성이름을 여성 이름으로 짓는 관례를 따르느라 그랬다고...)
[팔레르모 성당: meridian line]
+ Pasticceria Costa
[오른쪽 아래: 한 입 먹은 케이크. 원래는 왼쪽 가운데 모양. 꼭 한 입을 먹고 나서야 사진 찍어야 한다는 생각이... ^^ 나머지는 가게 홈페이지 사진]
점심을 잘 먹었는지 저녁 생각이 없다. 점심 먹은 식당 옆에 있는 코스타 제과점 Pasticceria Costa을 눈여겨봐 두었는데, 비상식량으로 단것을 사두자 싶었다. 출출하면 먹고 자고, 아니면 내일 일찍 나가야 해서 아침을 못 먹으니 아침 대신 먹으면 될 것 같다. 피콜라 파스티체리아라고 하는 이탈리아 과자들은 별로 당기지 않고, 케이크를 살까 싶은데 맛있어 보이는 것이 많다. 카사타는 낮에 먹었고, 티라미수와 초코 케이크를 두고 고민하다 결론은 초코 케이크. 칼로리를 조절하지 않으면 무섭게 살이 찌기 시작한 후부터 거의 언제나 선택은 초콜릿. 어쩌다 있는 기회에 차선을 선택할 수는 없는 일이다.
첫 이동을 앞두고
[오늘의 전리품들]
오늘만 사는 사람처럼 정신없이 돌아다니다 들어와 떠날 준비를 하고 나니 숙연해진다.
내일 트라파니로 간다. 시칠리아에서 다른 도시로의 첫 이동이다. 언제나 떠나려면 이제 좀 익숙해졌는데 싶고 뭔가 아쉽다. 그래도 이곳은 한 달 후에 다시 오니까...
버스 정류장도 매표소도 다 알아 두었고, 짐도 쌌고, 내일 아침 할 일의 그 간단한 과정을 몇 번이나 시뮬레이션 했다. 그런데도 스트레스를 받고 있나 보다. 저녁도 안 먹었는데, 그렇게 좋아하는 초콜릿 케이크가 당기지 않는다. 시칠리아로 떠나기 전날만큼의 긴장 상태가 아닐까... 팔레르모에 대한 의심은 거뒀지만 시칠리아에 대한 의심은 아직 다 거둬지지 않은 것 같다.
다비드와는 오늘 아침에 필요한 용무를 다 마쳤고 인사도 미리 해두었다. 팔레르모에 대한 좋은 인상은 다비드 덕이기도 한 것 같다. 사실 다비드는 밀라노 사람인데...^^
트라파니는 어떤 곳이고 어떤 얼굴로 날 맞을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