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3/2020

시칠리아 여행: 04: 팔레르모: 산타 안나 근대 미술관Galleria d’Arte Moderna Sant'Anna



[산타 안나 교회와 미술관 회랑. G / M은 GAM. 이니셜을 딴 이 이름을 미는 듯. MoMA처럼...]


점심 먹고 산타 안나 근대 미술관galleria d’arte moderna sant'anna에 왔다. 

벨리니 광장에 있는 산 카탈도san cataldo교회와 마르토라나martorana를 볼 생각인데, 오후 개방 시각까지 한 시간도 더 남았고, 미술관이 벨리니 광장에서 멀지 않아 한 선택이다.

산타 안나 교회chiesa di sant'anna la misericordia의 프란체스코 수녀원convento francescano과 그 옆 저택palazzo bonet을 사들여 개조해 만든 공간이란다.


문 안에 들어서니 수도원이었던 회랑이 나오고, 회랑 한쪽에 있는 'G / M'이라는 커다란 조형물이 시선을 끈다. 잠깐 뭐지 했는데, Galleria d’Arte Moderna의 이니셜 'G A M'에서 A를 /로 표현한 것이었다. ^^ 그런데 분위기가 호떡집에 불 난 듯 어수선하다. 인부들과 여기저기 놓여있는 연장, 무전기 들고 경황없이 돌아다니는 사람들... 매표소로 갔더니 몇몇 전시관에 조명이 없단다. 어수선함의 이유... 입장료를 2유로 깎아 주겠다는데, 선심 쓰는 듯한 태도다. 헐...

그렇게 나온다면 그 할인율은 어떤 계산에서 나온 건지 묻고 싶어진다. 그리고 경우를 따져보고 싶다. 고의적 잘못은 없어도 도의적 책임도 없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 않나? 그렇다면 유감을 표현하고 사과를 해야 할 타이밍 아닌가? 그리고 피해 보상은 피해자가 결정하는 것... 자신들이 제멋대로 결정한 보상에 대해 그렇게 당당하게 '보상했으니 됐잖아'라는 태도를 취할 자격이 그들에게는 없다. 그들이 달리 보상할 수는 없고, 그냥 들어가 보는 것은 가능하다 라고 했더라면 가벼운 해프닝과 아름다운 추억이 되지 않았을까?

한편 그들의 태도는 작품에 대한 모독이자 나에 대한 모독이다 싶다. 우리 전시물이 대단한 작품도 아니고, 너도 대단한 미술 애호가도 아니니 대충 봐도 되잖아 하는 태도... 오직 여기에 있는 작품을 보겠다고 그 멀리에서 찾아온 사람이었으면 어쩌려고? 그런데 더 불쾌한 건 그들이 그렇게 대놓고 말한다 한들 대항할 말이 없다는 거다. 시간 남아서 왔고, 지금 아니면 다시 올 시간이 없어 웬만하면 그냥 볼 거고, 완벽한 조명이어야 한다고 주장할 만큼 그곳의 작품들이 내게 절실하지 않다. 찔리는 구석을 찔리면 더 아프고 노여운 법.^^ 남는 시간 때우려 온 거잖아...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며 대충 봐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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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20세기 시칠리아 예술품을 주로 전시하는 곳이란다. 조각과 그림이 전시되어 있다. 스페인 지배를 끝내고 시칠리아를 이탈리아와 통일 시킨 가리발디, 프랑스 세력을 몰아내고 스페인 가문의 지배를 받는 계기가 된 시칠리아 만종 사건vespri siciliani 등 시칠리아 역사에 등장하는 사건과 인물을 소재로 한 작품들도 있고, 시칠리아 풍경화, 근대 미술 작품들이 있다.

풍경화들이 특히 인상적이다. 그림 속 행인의 옷차림은 무도회 귀부인인데 배경이 어디인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작품도 있다. porta nuova라는 작품이다. 어제 본 풍경이 그림 속에 있다니... 100년도 더 지난 풍경이 어제 본 풍경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 신기하다. 이런 그림은 역사를 잘 지킨 사람들이 누리는 호사이며 자부심이지 않을까... 우리나라에도 100년전 사진이나 그림 속 장소를 단번에 알아볼 수 있는 곳이 있을까?

조명이 다르면 느낌도 다르다. 침침한 조명아래 작품을 감상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어느 궁전에서 밤중에 홀로 어두침침한 복도의 그림을 감상하며 돌아다니는 기분...^^ 휴식 같은 공간이다. 시칠리아 역사도 보이고 자연도 보이고 특유의 분위기도 느낄 수도 있고... 욱해서 돌아가지 않고 참고 보길 잘했다.^^


P.S. 시칠리아를 한 바퀴 돌고 다시 그림을 보며 드는 생각인데, 이 미술관 그림 속의 시칠리아 풍경은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Erulo Eroli: I Vespri siciliani 시칠리아 만종 사건을 그린 그림]

[가리발디의 초상화와 조각상. 왼쪽 아래는 가리발디의 붉은 셔츠 부대에도 자원했던 화가가 그린 가리발디의 장례식이라고 한다]

[왼쪽: 소녀 목신faunetta; 오른쪽: 카인. 로댕에 대한 오마주일까?]

[무슨 연유로 망연자실 앉아있는 건지...]

[보자마자 눈물이 핑 돌았던 작품. 제목을 보니 la madre dell’ucciso. 죽임을 당한 자들의 어머니...]

[레나토 구투조. 왼쪽은 자화상, 오른쪽은 다른 사람의 작품. 시칠리아 이민자 후손인 뉴욕 주지사 앤드류 쿠오모 닮았다^^]

[michele catti라는 화가의 작품. 벨 에포크 시대의 중요한 시칠리아 화가로 꼽힌단다. 위는 마지막 잎새들Ultime foglie (비오는 날 리베르타 거리Il viale della Libertà in una giornata di pioggia), 아래는 porta nuova. 100년도 더 지난 지금 porta nuova 풍경은 나무가 굵어진 것 말고 별로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onofrio tomaselli의 유황 캐는 아이들i carusi ]

[시칠리아 풍경들. 왼쪽 아래는 san giovanni degli eremiti 교회. 오른쪽은 트라파니 염전, 타오르미나 에트나 화산, 셀리눈테 그리스 유적. 왼쪽 위는 어딘지 모르겠는데 에리체 골목이 떠오른다. 이 풍경들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하늘과 구름을 어쩌면 이렇게 잘 표현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