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6/2008

산티아고 가는 길: 01: Paris에서 Bayonne으로



Paris Charles de Gaule 공항 도착.

프랑스 길의 시작점 St. Jean Pied de Port까지 기차로 가려면 파리 시내에 있는 역Gare d'Austerlitz까지 가야 한다. 그곳에서 생장행 기차를 타는데, 한번에 생장까지 가는 건 아니고 Bayonne에서 갈아 탄다.

공항에서 Austerlitz 역으로 가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기차. 가격도 저렴하고 빠르다. RER B로 가다 Michel Notre Dame에서 RER C 2,4,6으로 갈아 타야 함. 기차비는 8.50유로.

Austerlitz역에 도착해서 기차표 사고 Platform 확인하고 나니 5시 30분(비행기 도착시간부터 3시간). 기차는 23시 12분 출발. 야간 기차라 cuchette 1등석을 사니 하룻밤 호텔비와 맞먹는다. 153.50유로.

이 곳에서 밤기차를 타고 가다, 새벽에 Bayonne에서 St. Jean Pied de Port행 기차로 갈아 타면, 벼르고 기대하고 꿈꾸던 Camino de Santiago 프랑스길의 출발점에 서게 된다.

파리... 누구나 한 번쯤 별 이유도 없이 꿈꾸게 하는 도시... 그 도시 한복판, 세느 강 옆. 기차시간까지는 일고여덟 시간이나 있으니, 지난번에 못 봤던 미술관도 하나쯤 보고, 길거리 까페에서 간단히 저녁 먹고, 커피 한잔하기에 충분한 시간. 작년에 일주일 내내 헤집고 다녀서, 길도 그다지 설지 않고. 하지만 역을 한 걸음도 벗어나고 싶지 않다.

아무리 일 년 전에 와봤고, 카미노 생각 밖에 없어도 이건 너무하다. 그래도 꿈의 도시 파리인데... 떠나는 순간에는 얼마나 다시 오길 바랐는데... 마음을 곱게 먹으면 누군가 다시 오게 해주지 않을까 싶어 떠나는 날 공항 가는 길에 엎드려있는 사람에게 동전을 털어주기도 했는데... 그런데 주고 보니 사지육신 멀쩡한 젊은이여서, 기껏 동전 몇 닢으로 너무 많이 바랐나 보다, 다시 오긴 어렵겠다... 하며 떠났었는데... [그러고 보니 그 동전이 효과를 발휘하긴 한 건가? 아무튼...] 그렇게 안타까운 마음으로 떠났던 파리 한 가운데 있는데, 이곳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도 없고 머리 속엔 온통 까미노 뿐이다.

Santiago로 향한 프랑스 길은 St. Jean Pied de Port에서 시작된다지만, 중세의 순례자들처럼 내 순례는 배낭 메고 현관 문을 나서며 이미 시작 되었고, 어떤 이유로든 일단 길에 들어선 이상 길을 벗어날 수 없다는 일종의 주문(?)이 이미 작용하고 있었던 것 같다.

22시 12분. 한국 시간 5시, 기차 타기 한 시간 전. 땅이 종종 출렁인다. 내일은 아무래도 St. Jean에 머물러야 하지 않을까...





생장 행 기차가 밤기차라 겁을 좀 먹었었다. 베네치아 행 밤기차의 추억(?) 때문에... 그때는 compartment에 탔었는데, 영락없는 불한당들이 둘이 호시탐탐 행색을 살펴서, 셋이 함께 가면서 셋 다 밤새 한 숨도 못 잤었다. 그래서 이번엔 표도 1등칸으로 사기도 했고... 그런데 1등칸이라 그런 건지 침대차라 그런 건지 좁긴 해도 편안하고, 한 밤을 같이 보낼 이웃들도 착해 보인다. 마음을 좀 놓아도 될 것 같다.

그런데 이젠 자다가 내려야 할 역을 놓치면 어쩌나 싶어 걱정이다. Bayonne에서 내려 기차를 갈아타야 한다. 알람을 세 개나 맞추고 있는데, 같은 칸 아저씨가 왠지 자꾸 시선을 보낸다. 뭔가 말하고 싶은 눈치... 그 시선을 너무 외면하는 게 미안해서, 말이 잘 안 통하는 와중에 내일 새벽에 내릴 것이 걱정이라 했더니, 영어가 짧다(short)며 영어 단어를 섞어 불어로 뭔가를 열심히 설명하신다. 도대체 뭐라는 건지... 웃음으로 대꾸를 하며 상황 모면 ㅎㅎㅎ

기차에서 제공하는 귀마개 성능이 어찌나 좋던지, 맞춰놓은 알람은 마지막 하나 밖에 못 들었고, 걱정에 잠도 푹 못 자며 졸다 깨다를 반복하고 있는데, Bayonne이 다가오니 역무원 와서 알려준다. 아하... 어제 밤 아저씨가 계속 하던 말이 바로 이거였구나. 15분 전에 깨워주니까 알람 맞추지 않아도 된다는...^^ 이제 이해가 된다. 이런 식이면 그냥 있다보면 프랑스어를 습득하겠다 싶다. ^^

Bayonne역 06시 38분 도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