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9/2008

산티아고 가는 길: 24: Carrión de los Condes까지



샌드위치, 타파스 2조각, 스프, 파스타, 계란 후라이 2개, 샐러드...
오늘 너무 풍족하게 먹었다. 며칠전 소냐와 피크닉을 계기로 알베르게 부엌에 처음 들어가봤는데, 오늘은 주로 직접 해먹으며 길을 걷고 있는 Y와 같이 걷게 돼서 나는 파스타를 하고, Y는 스프와 계란 후라이를 해서 같이 먹었다.

내일은 바도 없는 길을 17km를 걸어야 해서, 가는 길에 먹을 것을 준비했는데 지나치다. 주스가 600cc... 내일은 배가 무겁느냐, 어깨가 무겁느냐의 날이 될 것 같다.

비. 오전 내내 비가 내리고 진흙 길을 걷느라 바지며 우비가 진흙투성이.
그걸 털어내야 해서 오자마자 샤워 경쟁이 끼어들게 됐고, 완전 찬물로 샤워를 하게 됐다. 역시 오자마자 배낭 던지고 밥을 먹으러 갔어야 하는 건데... 두고 봐라, 내가 다시 샤워 대열에 끼나... 라는 다짐을 하게 된다.

아주 평평한 길. 뭐, 이젠 20km쯤이야 하게 됐다. 내일은 거의 27km. 아마도 가장 긴 거리를 걷는 게 아닐까... 하지만 평지라 그렇게 걱정이 되지는 않는다.

6시쯤 나갈 생각이었는데, 6시 반 기상이란다. 빨라야 7시쯤 출발할 수 있지 않을까... 오래 걸어야 하는 날은 늦은 출발이 좀 부담이다. 바도 없으니 커피도 화장실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두고 봅시다...

바에서 만난 마리아, 4km도 못 걷고 발이 아파 쉬어야겠다고... 가장 어린 축에 속하는 순례자다. 몸도 군살 하나 없고, 늘 사뿐사뿐 잘 걷는 것처럼 보이더니 그렇지 않았는지, 갑자기 컨디션이 나빠진 건지... 빠르게 많이 잘도 걷는 사람들을 보면 아무런 고통도 없어 보이지만, 늘 무거운 배낭을 매고 제대로 쉬지도 못하면서 매일 걷는 일은 누구에게도 쉽지 않은가 보다. 스스로를 잘 돌보고 몸의 상태를 잘 살피고 몸의 신호에 순종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