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2008
산티아고 가는 길: 26: Bercianos de Real Camino까지
흐림. 비가 뿌리긴 했으나 5분 이상 내린 적은 없음. 쉬려고 가방을 내리자 마자 비가 내려 부산스럽게 우비 챙겨 입고 출발하니, 출발하자마자 비가 멈춤.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변덕스러운 날씨.
사아군에서 부서진 카메라를 산티아고로 보냄. 친절한 우체국 직원 때문에 흐뭇. 작은 친절의 위력... 베풀 때는 모르지만 받을 때는 안다. 모든 사람이 자신이 베푼 작은 친절의 위력을 안다면 더 많은 친절이 난무(?)할 텐데...
광장 레스토랑에 걸어놓은 빠에야 사진을 보고 혹해서 들어갔음. 조금 짜도 맛있음. 처음 먹은 제대로 된, 혹은 맛있는 스페인 빠에야인 듯... 오랜만에 따뜻한 쌀을 먹으니 기분 마냥 좋음.
사아군에 장이 서서, 바나나, 토마토, 체리를 삼. 양을 말할 줄 몰라 두 손을 모아 이만큼요 라고 했는데, 아저씨 웃으시며 넉넉히 담아주심... ^^
장을 만나면 자주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반가워 뭐든 사게 된다. 당연히 먹을 것만... 최소한으로... 여유가 없으니... 보통 물건을 살 때 여유가 없다면, 경제적 여유를 말하지만, 여기에서는 철저히 무게다. 늘 최소한을 사지만 그래도 항상 무겁다. 그래서 먹는 일에는 두 가지 즐거움이 있다. 먹는 기쁨과 가방이 가벼워진다는 기쁨. 물도 그렇다. 마셔야 해서 마시기도 하지만, 무게를 줄이기 위해서도 마신다.
마이클 만남. 감기에 걸려서 다음 마을쯤에서 쉬어야 할 것 같다고. 약 먹고 잘 쉬라고 했지만 이게 그를 보는 마지막이겠구나 하는 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 했다. 다음에 또 만날지라도 허그라도 하고 보냈어야 하는데... 이 이야기를 들은 이브... 서운하긴 하지만 그게 까미노인데, 뭘... 한다. 맞다, 그게 까미노고 그게 인생이지. 그렇다고 그 모든 것에 서운해하지 않는 사람이 될 수는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