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4/2008

산티아고 가는 길: 19: Burgos까지



일찍 떠나려 했지만 하다 보니 7시가 되었고, 알베르게를 나오니 바가 문을 열었다. first coffee를 안 했는데 어떻게 바를 지나칠 수 있으랴... 커피를 마시고 나오다 제인과 브라이언과 마주치고... 순례길에서의 바는 순례자들의 방앗간이다.

소냐다! ㅎㅎ 한동안 보이지 않더니... 부르고스에 가느냐고 묻는다. 그렇다 했더니, 그곳에서 만나자고 한다. 빌바오에 갈 예정이라 못 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하자, 자기도 가고 싶단다. 그럼 같이 가자 했더니, 다리 때문에 확실하게는 모르겠으니 일단 7시에 보자고...

그러자 하고 약속 장소를 정하고 헤어져 걷는데, 뭔가 잘못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차 시간이 맞으면 바로 빌바오로 갈 생각도 있었는데... 부르고스에서 일단 하루를 자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흠...

부르고스로 들어가기 위한 10km... 지루하고 지루하다. 제인이 뒤에서 Hello, again!을 외친다. ^^ 나는 부르고스까지 몇 km가 남았는지 알고 싶어! 라고 외치니, many kms, switch it off!라고 외친다. ㅎㅎㅎ

끄기... 이런 순간에 해야 하는 일이다. 그리고 때때로 하는 일이다.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고가도로, 고속도로, 거대한 창고, 공장 옆을 땡볕 아래 걸으면서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고 싶다는 생각을 끄고 다른 생각을 하거나 있는 그대로를 즐기는 것은 쉽지 않다.

중국집이 보인다. 짬뽕 한 그릇이 간절하지만 있을 리 없고, 볶음국수라도 먹고 싶지만 그냥 지나친다. 성당 뒤 알베르게에 묵으려면 그렇게 느긋할 수 없다.

버거킹. 반갑고 반갑다. 화장실을 가야 하니, 겸사겸사 빨리 먹고 나오기로 한다. 거대한 쇼핑센터 안에 있지만, 무엇도 더 소유할 수 없으니, 시선도 통제가 되는지 가게들에 눈길도 가지 않는다. 나는 관심은 오직 햄버거와 화장실.

성당 뒤 알베르게에 갔더니 오스피탈레라가 일말의 유감도 없는 표정으로 침대가 없단다. 약간 외곽에 있는 알베르게를 찾아 어찌나 헤맸던지... 그곳에 갔지만 잘못 찾은 건지, 영... 도시에서 외곽에 있고 싶지가 않다. 다시 시내로 들어와서 호텔에 체크인.

부르고스에 들어설 때만 해도 비가 올 것 같지 않았다. 그런데 호텔에 가방을 두고 나오니 빗방울이 간간이 흩날린다. 빌바오 차편도 알아보고, 시내 구경하다 소냐를 만나겠다는 생각이었다. Plaza Mayor... 빗방울이 신경이 쓰였지만, 이 장면에서 카메라를 꺼내지 않을 수는 없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며 사진을 찰칵, 찰칵 두 장을 찍었는데 더이상 카메라가 반응하지 않는다. 멘붕... 카메라... 어떤 동반자와도 바꾸지 않을 동반자인데... 조금 있다 다시 작동되겠지 하지만, 이미 마음은 기대를 접고 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