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4/2008
산티아고 가는 길: 40: Arzua까지
며칠 전부터 계속 만나는 쟝클로드, 세르지, 제라드, 마리...
모두 생각이 같다. 나도 내일 Lavacolla까지 갈 생각이라니까, 자기들이 예약해둔 펜션이 있는데 원하면 예약해주겠단다. OK...
Pulpería. 문어집... 문어를 푹 삶아서 소금, 올리브 오일, 파프리카 가루 뿌려서 준다. 단순하지만 더 바랄 것 없는 맛이다. 얼마 전 조나단이 온갖 향신료와 허브를 나열하며 자신의 sophisticated한 입맛과 요리솜씨를 자랑하던 모습이... 제이미 올리버 덕분인지 고든 램지 덕분인지 영국에도 culinary 바람이 불었나 싶다. 다음에 영국 가면 맛있는 음식 먹을 수 있는 거니? 라고 물어보고 싶었다. 조나단, 나한테 미운털 박힌 녀석이라... ^^
많은 사람들이 Melide의 유명한 문어집을 그냥 지나친다. 다행이다, 아직 그들이 문어 맛을 모르는게... ^^
윌 부부가 Y와 나를 저녁 식사에 초대했다. 잉...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친구로 생각한다. 광장에서 와인과 함께 저녁... 다정하고 편안해 보이는 부부다. 40년을 같이 살았고, 세 아이를 키웠다. 원칙을 지키며 열정을 잃지 않으며 아름답게 삶을 이끌어온 사람 같다. 윌은 늘 행복했다. 길에 엎드려 꽃 사진을 찍는 모습도 자주 목격... 마을 역사도 알려주고, 성당도 설명해주고... 22년간 케네디 걷기 대회라는, 80km를 걷는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도 대단하고... 삶의 교과서 같은 느낌...
최악의 알베르게. 빤스바람으로 돌아다니는 인간 대여섯, 웃통 벗고 돌아다니는 인간 대여섯, 코골이 대여섯, 한 밤중에 다들리게 통화하는 놈 하나... (그러다 대왕 코골이에 평정당해 새벽녘에는 하나만 남았지만... 나머지 코골이들도 깨서 잠을 못 이뤘던 거지... ^^) 그리고 저쪽 침대에는 엉덩이가 내 것 두 배만한 아주머니와 그보다 더 큰 아저씨가 한 침대에 겹쳐 누워있다. 커플은 많아도 저러는 꼴이 흔하지 않은 것을 보면, 문화적 차이의 문제는 아닌 것 같고... 호텔에 갈 돈이 없으니 저러는 거겠지 싶으니 왠지 측은한 생각도 들고... 여기 아니면 이런 꼴을 어디서 보랴... 알베르게에서 지내는 것이 예상보다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왔었는데, 계속 이런 분위기였다면 진절머리를 치게 됐을 수도...
카미노에서도 클래스는 갈리는 것 같다. 고작 몇 유로 차이지만 그래도 조금 비싼 사설 알베르게의 분위기가 공립 알베르게 분위기 보다 확연히 낫다. 있는 사람의 인품이 실제로 더 고상할 리는 없지만 적어도 얼핏 보기에 고상해 보이는 것은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공통적인듯... 오늘은 다른 선택이 없어서 오랜만에 공립으로 왔더니 분위기가 아주 난리도 아니다. '척'이라도 좋으니 좀 교양이 있어주면 안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