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5/2008

산티아고 가는 길: 31: Astorga까지



커피만 마시면 되는데 주문하지도 않은 빵을 가져다 주며 3유로를 내란다. 하지만 시시비비를 가릴 능력(언어)도 없고, 긴 하루를 생각해 웃으며 3유로 주고 나왔다. 뭐...

한국 사람을 만났다. 보기 드문 나보다 더 못 걷는(?) 아니면 힘겨워 보이는 사람이다. 같이 걷고 싶다는 신호를 보내는데, 미안했지만, 외면했다. 얼마나 시달리다 혼자 걷게 된 것인데, 아직은 누군가를 위해 이 기회를 버리고 싶지 않았다.

낯선 사람들 사이에 모든 선행이 다 벌어질 것 같고 또 실제로 벌어지는 까미노이지만, 속도를 맞춰 걸어주는 일만은 일어나지 않는다. 각자 자신의 속도로 가야 할 목적지가 있고, 그것을 누군가로 인해 바꾸는 일은 쉽지도 않고, 좀처럼 누구도 하고자 하지 않는다. 속도와 목적지가 맞지 않을 경우에는 서로 먼저 보내고 남는다.

사람들이 바뀌었다. 그런데 사람들만 바뀐 것이 아니다. 분위기 혹은 문화도 바뀐 듯한 느낌. 분위기든 문화든 결국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것이므로 당연한 것일지도...

침대를 두 번이나 옮겼다. 체취가 풍겨 옆으로 옮기고 샤워를 하고 왔더니 또 체취 때문에 고개를 들 수 없다. 건너편에 있던 두 사람도 이미 어딘가로 옮겨버렸다. 나도 또 다시 냄새를 피해... 한번 아래에 체취가 나는 사람이 있었는데, 냄새 때문에 잠까지 설쳤었던 기억 때문에 또 잠을 설칠까 싶어 서너 칸을 옮기긴 했는데 마음이 좀 그렇다. 피함을 당하는 사람도 느낄 것이다, 사람들이 자신을 중심으로 멀어지고 있는 것을... 존재가 거부되는 상황을 목격하면 늘 영화 가위손이 생각난다. 가위손은 아무리 선의라도 사람들에게 다가가면 상처를 입히고, 사람들은 자신들이 받을 상처만 중요할뿐 가위손의 선의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레온에서 먼저 보낸 핑크 아주머니 부부와 Will 부부 만남. 모두 멀리 못 갔다... ^^
유끼꼬도 만나고...

그래도 좀 침잠하는 분위기를 유지하고 싶다.

가우디가 지은, 지금은 박물관으로 쓰이는 주교궁 방문.
레온에서도 같은 생각을 했지만, 자신이 다루어야 하는 재질이 돌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자유로운 생각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 놀랍다. 천재라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만일 건축을 하고 가우디를 알게 되었다면 그의 천재성에 한없이 주눅이 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좀더 심각한 상황이 된다면, 다가갈 수 없는 그의 재능에 스스로를 파괴하는 지경까지 갈 수도 있었겠다 싶을 만큼 그의 작품은 자유롭고, 천진하고, 빛난다.

성당. 레온 성당에 이은 또 다른 감동. 닫혀서 내부는 보지 못했지만, 스페인의 과거에 관심이 생긴다. 그들이 EU의 2류 국가라는 평가를 못 견뎌 한다던데 그 이유를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