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0/2008

산티아고 가는 길: 46: 다시 Santiago de Compostela로



아침에 같은 숙소에서 묵는 독일 청년과 이야기를 하다, 왠지 과학적 상식이 있을 것 같아 어제 내가 봤던 일몰과 월출에 대해 물어보았다. 원래 해가 지자마자 달이 떠오르는 것이냐고... 아니란다. 특별한 시기에만 그렇다고 알고 있단다. 와... 몰랐을 때도 신기하고 감사했는데, 그 말을 들으니 더욱 감사하다... 어제 Y는 칠흑 같은 밤 밖에 못 본 것을 생각해도 그렇고...

Y와 아침을 먹고 그녀는 어제 못 본 등대로, 나는 바닷가로 향했다. 바닷가로 걸어가는 길에 갑자기 종소리처럼 어떤 메시지가 들린다. 세상에 귀한 사람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나와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 귀한 거라는... 내가 귀하게 대접할 사람은 어떤 인연인지 모르지만 나와 인연이 닿은 사람이라는 당연한 말이 새삼스러운 깨달음처럼 느껴진 것이다. 그래서 Y가 내게 다가온 것일까...

축복처럼 떠오른 생각으로 한껏 상기되어 있는데, 바닷가 가로등 아래 산책 나온 아저씨가 반갑게 말을 건넨다. 이야기해본 적은 없어도 얼굴은 몇 번 봤었다. 아저씨와 이 벅찬 느낌을 공유하지 않을 수 없다. 아저씨는 진심으로 내 기쁨을 함께해준다.

아저씨와 헤어져 바닷가를 걸으러 모래사장으로 들어갔다. 쌍나팔이라고 칭하던 아저씨 둘이 먼저 바닷가에 있었는데, 그들은 바지 걷고 신발 벗고 물에 들어가서 적극적으로 조개 껍질을 줍고 있었다. 아침에 청년에게 들은 이야기가 생각나 나도 조개껍질 하나 줍기를 바라며 모래사장을 걸었다. 옛 순례자들은 이곳에서 주은 조개껍질을 순례의 증표로 가지고 돌아갔다고... 요즘은 생장에서 팔고, 다 생장에서 사서 매달고 출발한다. 모래 밭을 아무리 살펴도 깨진 것은 많아도 완벽한 것은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니 물 속까지 들어갔겠지... 그렇지만 나는 그럴 수 없다. 그 많은 개울을 지나면서 손끝도 물에 적셔본 적이 없다. 그런데 갑자기 크기는 작아도 완벽한 모양의 조개 껍질이 눈에 띈다. 이 길은 내게 너무 너그러운 것 같다. 왠지 자꾸 갚아야할 은혜가 쌓이는 느낌...

산티아고로 돌아왔다.

성당 광장에서 아이다와 마이크를 만났다. 와... 내 간절한 마음이 어딘가에 닿았나 보다. 딕에게 위험한 고비가 있었단다. 그래서 딸이 급히 미국에서 왔고, 그후 다행히 건강을 회복해서 지금 딸과 함께 파라도르에서 쉬고 있단다. 위험한 고비를 넘기고 딸과 쉬고 있다는데, 가서 보는 건 민폐일 것 같고, 카미노를 마쳤다니 됐다 싶다. 안부를 전해달라고... [방해가 될까 해서 만날 생각을 못했는데, 꽃이라도 전하며 잠깐 얼굴보고 작별인사를 할 걸 하는 후회가 아직도 있다. 여전히 딕에게 삶의 마지막 순간에 하고 싶은 것이 그 길이 걷는 것이었다는 사실이 종종 떠오른다.] 마이크가 꼭 하와이에 놀라오라고 한다. 그리고 하와이에 오면 어떤 호텔에 와서 사장을 찾으란다. 그 사장이 바로 자기라며... 내가 놀러 오란다고 놀러갈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진심으로 하는 말이라는 것 안다. 카미노 친구 누군가가 한국에 놀러온다면 나도 당연히 먹여주고 재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