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3/2008

산티아고 가는 길: 49: 산티아고 길을 떠나며



바르셀로나 행 비행기 안..

아침 일찍 M이 Y를 통해 사과의 의사를 밝혀왔고... (그들에게는 내게는 없는 휴대폰이 있었다.)

샤워를 마치고 커피를 마시러 나가서 M과 짧은 대화.
파울로 코엘료를 만난 이야기를 하니 진심 너무 부러워한다. 내가 아니라 그녀가 그를 만났어야 했다. 작가가 되고 싶다는 그녀는 진짜 열렬한 그의 팬이었다. 그의 무엇(?)에 질투가 날 정도라고... ㅎㅎ 작은 천사들이 wonder를 만들어낸다 하던데, 그녀가 어젯밤 바삐 일한 작은 천사가 아니었을까...

마지막으로 산티아고를 안기 위해 들린 성당에서 윌을 다시 만났다. We never lose each other 이라 하시더니, 책을 샀느냐고 묻는다. 사러 가는 길이라고 하니 어떤 책 샀는지 알려줄 테니 참고하라며 따라 오신다. 윌의 안목을 믿으니, 더 볼 것도 없이 그 책으로 샀다. 아주머니가 너희들이 카미노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들이야 하고 말한다. 울컥...

어제 밤에 파울로 코엘료를 어떻게 만났는지 또 시시콜콜 다 이야기를 하니, 네 카미노는 완벽하구나. 카미노를 잊지마 하신다. 그리고 Y에게 Be nice to yourself라고 하신다. 나도 하고 싶지만 차마 하지 못했던 말인데... 말도 안 통하고, 아무래도 거리가 있으니 잘 모르실 줄 알았는데, 아주머니에게도 그녀가 보였나 보다. 아주머니, 사랑해요. 그리고 고마워요 라는 말이 다시 하고 싶은데, 너무 울 것 같아서...

윌은 마지막까지 우리를 배웅해주었다. 그렇게 명랑한 분이 눈시울을 붉히며... 마음을 다 열어주고 나는 못 품은 Y까지 다 품어준 분. 명랑하고, 귀엽고, 유쾌하고 순간을 멋지게 즐길 줄 아는 분...

Y는 한국으로 나는 바르셀로나로...

[카미노는 Y에게 어떻게 작용했을까 정말 궁금하다. 돌아와서도 몇 번 연락을 해서 만나기도 했고, 연락처도 알지만 난 그녀에게 카미노가 어땠는지 물은 적이 없고, 물을 생각도 없다. 카미노를 걸으며 차츰 도대체 뭔가 싶었던 그녀를 조금은 이해하게 됐고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도 있게 됐었고, 지금도 그녀의 안녕을 진심으로 기원하지만, 그녀에게 진실을 기대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

바르셀로나, 지도 한 장, 안내책 하나 없이 무작정 가고 있다.
공항 인포메이션을 믿을 수 밖에...

[바르셀로나는 무작정 가우디를 보러 가자고 선택한 곳이었지만, 혹시 카미노에 대한 마음이 정리가 될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그런데 순례 후 바르셀로나는 chaos였다. 한마디로 wrong place. 엉터리 순례자였음에도 불구하고... 내 삶의 현장으로 돌아오는 것이 답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원하는 대로 다시 할 자유가 주어진다면 떠나고 싶을 때까지 산티아고에 머물다 고이 집으로 돌아올 것 같다.]

[산티아고에 무사히 도착하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은 마음으로 출발한 여행. 무사히 도착하는 것 말고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얻는다면 모두 덤이다 생각했었는데, 기대하지 않은 덤을 너무 많이 받았고, 언제나 반짝이는 별로, 언제나 꺼지지 않는 행복한 추억으로 남았다. 사그라들지 않는 그리움과 더불어...^^

P.S. 코끼리 다리처럼 부었던 다리는 깨끗하게 나았다. 돌아와서 7일간 효소단식이라는 것을 했었다. 다리를 고치기 위한 단식은 아니었지만, 부종이 순환과 배출이 잘 되지 않는 체질 탓임을 알았기에 단식을 하면 낫겠지 했었는데, 진짜 나아서 병원 신세는 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