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1/2019

시칠리아 여행: 그 후 3일째

여행에서 돌아온지 3일째.

사진, 메모, 비용 등을 정리해 컴퓨터로 옮기는데, 워낙 양이 많아 밥 먹고 계속 책상에만 앉아있게 된다.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정리해 기록해두려 하니, 더욱 그렇다.
매일 만보, 이만보씩 걷다가 갑자기 정지. 다리가 그렇게 부려먹더니... 죽은 거야? 할 것 같아 잠시 동네를 한바퀴 돌고 들어왔다.

시칠리아 거리에서 집에 돌아갈 날을 꼽아보다 문득, 집에 가면 한 달간 아무도 드나들지 않아 현관 문 열 때 병조림 뚜껑 열 때 나는 소리가 나며 갇혔던 공기가 튀어나오는 것 아니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러지는 않더라. ㅎㅎ 하지만 왠지 낯설다. 또 다른 B&B인가 싶다. 간만에 집 비운다고 평소 같지 않게 너무 정리를 해둔 모습이 낯설었나? ㅎㅎ

아주 오랜 만에 집에 온 느낌이었다. 여러 의미로 평소 몇 십배의 강도로 지내서 그렇지 싶다. 적어도 1년 같은 한달……

실제로도 한 달 치고는 적지않은 변화가 있었다. 10년 넘게 애용하던 과일 가계가 문을 닫았고, 걸어서 10분쯤 거리에 공사중이던 큰 쇼핑센터가 문을 열었고, 근처 재개발을 기약하며 방치돼 있던 꽤 넓은 지역의 재개발이 시작됐다. 오래된 건물과 집들이 다 철거되고 공사장 펜스가 세워졌다.

당분간 아파트 주변이 온통 공사장이겠구나, 그나마 트여있던 남쪽과 동쪽 시야도 새로 지어지는 고층 아파트로 모두 막히겠구나, 좌석버스 같던 시내버스의 혜택이 끝나는 날도 이제 머지 않았겠구나.

그래, 여행은 잠시 두 눈 뜨고 맨정신으로 꾸는 꿈이고, 이제 현실이지……